펀글 - 고양이를 무는 쥐.

도망갈곳을 만들어 놓았기에, 실패했다는 말이 교훈적이네요...




(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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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은 몇달 전 비의 인터뷰 기사를 보고 쓴 글입니다.
같은 또래임에도 불구하고 저와는 삶을 대하는 태도에서 너무나도 다른 비를 보며 느낀 바가 참 많았습니다.



삶의 모든 현상을 춤과 연계시켜 생각한다라고 말한 내용은 아직까지도 인상적으로 기억됩니다.



최근 비에 대해 좋지 않은 소식들이 연이어 들리는데,
굴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끝까지 가는 모습을 보여줬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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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을 본 적이 있는가?

요즘은 고양이들이 쥐를 잡기 보다는 음식물 쓰레기 먹고 사는 시대라서 비만고양이가 많지만, 어릴 적 나는 우리 집 도둑고양이가 우리집 지하 창고에서 쥐를 잡는 모습을 여러번 목격한 적이 있다.




고양이는 쥐를 보면 달려들지 않는다.

일순간에 덤벼들어 쥐와 생사를 건 싸움을 한 후 잡아 먹지 않는다.

일단 쥐를 처음엔 위협만 하고,

도망치게 만든다.

막다른 곳에 쥐를 몰아넣는 것이 아니라, 도망칠 길을 열어두고 도망치는 쥐를 뒤쫓아서 쥐의 꼬리나 몸통을 밟은 후에 발톱으로 쥐를 찍어 눌러서 잡는다.




어릴 적에 그저 신기하게만 보이던 고양이의 사냥법이 요즘에는 내 인생과 연관지어 자주 생각되게 된다.




나는 여지껏 살아오면서 내가 원하는 목적을 단 한번도 제대로 달성해 본 적이 없다.

자아비판이나 내 넋두리나 늘어놓자고 하는 말이 아니라,

나는 정말 심각하게 이 문제에 관해서 고민하고 분석해 보았다.


그때, 생각난 게 어릴 적 고양이가 쥐를 잡는 모습이었다.



나는 여태껏 무슨 일을 하든 늘 도망칠 길부터 만들었다.

도망칠 길부터 만들고 시작한 일이 잘 될리 만무했다.


'성적을 올리고자 하는 목표를 정한 후 바로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니까 설령 실패한다고 해도 인생의 실패자가 되는 것은 아니야.'

라고 생각했던 중학교 시절.


'좋은 대학을 나와도 별 볼일 없는 사람들 도 많아, 원하는 대학에 못 들어간다해도 난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어'

라고 생각했던 고등학교 시절.


도망칠 곳부터 찾는 쥐는 반드시 고양이에게 죽는다.



인생도 마찬가지다.

도망칠 곳부터 찾기 시작하면 세상이라는 거대한 고양이에게 잡혀 죽는다.



내가 그랬다.

세상이란 무서운 고양이를 만나면 일단 숨거나 도망칠 곳만을 찾아 열심히 뛰었다.

고양이와 정면으로 맞서서 고양이의 눈을 재빨리 찌른 후 줄행랑을 치거나 고양이의 가랑이 사이로 재빠르게 돌파한다는 생각은 한번도 가진 적이 없었다.




얼마 전,

조선일보 최보식 기자가 가수 '비'를 인터뷰한 기사를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비는 박진영을 만나기 전 무려 18번 오디션을 떨어졌다고 했다.


최보식기자가 비에게 아니, 그정도 떨어지면 포기하고 싶은 마음은 안들었어요? 라고 물어보았는데



비의 대답이 걸작이다.




"포기요? 어머니 병원비를 몇달치 밀려있었고, 제 밑에 하나밖에 없는 여동생 학원 보낼 돈도 없었는데...포기요? 그런건 생각도 못해봤어요. 그 때 저는 가수가 안되면 죽는 것밖에 없다고 생각했으니까요.

몇번째 오디션 봤을 때 심사위원 분께서 저한테 그러시는 거예요. 이상하게 생겨서 가수 되기엔 힘들겠다구요. 그때 성형수술을 하려고 병원을 찾긴 했지만, 그렇다고 가수가 되는 걸 포기하진 않았어요."




18번 오디션에서 떨어지고, 얼굴도 이상하게 생긴 비를 박진영은 왜 뽑았을까하는 질문에는 이런 대답을 했다.




"나중에 진영이 형이 그러더라구요. 그때 제 눈에서 이거 아니면 죽겠다는 그런 열의가 보였다구요. 그만큼 저는 절박했고, 가수 아니면 죽겠다는 각오로 5시간동안 진영이 형 앞에서 춤을 췄어요. 그리고 나서야 겨우 뽑혔죠."




나는 사실 가수나 영화배우를 좋아해 본적이 없다.

나와는 상관 없는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들이 대단한 노력이나 전문적인 능력으로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고 생각하질 않기 때문이다. 자신의 능력보다는 대중의 취향에 따라 결과가 결정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그들을 좋아하지도 않는다.



그러나 비는 존경한다.

난 그의 댄스나 음악을 좋아하는 팬은 아니지만,

난 그의 삶에 대한 자세와 태도는 너무나도 존경하는 팬이다.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혹, 나같이 세상에 맞서 싸우는 방법보다는 세상에 맞섰을 때 도망칠 궁리만 하는 어리석은 쥐들이 있다면 이제 나와 함께 세상에 맞설 방법을 찾아보시길 부탁드리고 싶다.


실패에 대한 핑계를 대는 것은 최선을 다한 후에도 늦지 않다.


오늘부터는 고양이의 코를 깨물고 당당히 앞으로 나아가는 겁대가리 상실한 쥐새끼가 되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