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로 결혼 10년차가 된 부부입니다.

저희가 결혼을 한 것은 1998년 6월. IMF 터지고 정신이 없었습니다.
아기 돌반지까지 내다팔았던 때지요.
덕분에 신혼 여행을 해외로 가는 것은 꿈도 못 꾸었습니다. 돌 맞을까봐…^^
저희는 재정상황에 맞추어 부산과 경주로 신혼여행을 다녀왔습니다.
경주에서 밤 늦은 무궁화호 타고, 어스름한 새벽 서울역에 도착하던 기억이 새롭네요.
지금 후배들에게 경주로 간 신혼여행 이야기를 하면 다들 웃더라구요.
근데 신혼때는 어디로 가건 다 좋고 행복하잖아요….
하지만 해외로 못간 아쉬움이 남는 것 같아서 얼마전 괌을 다녀왔습니다.
어떤 여행보다도 더 행복하고 뿌듯했음은 두말할 나위가 없었겠지요?


1.신혼의 시련

결혼할 때 양가 부모님 모두 경제적 도움을 주실 처지가 안되셨습니다.
저와 아내가 모두 맞이여서 그런지 굳이 도움을 얻을 생각도 없었구요.
신혼집은 제가 군대에서 저축한 돈과(ROTC 장교생활)과 와이프가 직장 생활로 벌어둔 약간의 돈으로 마련했습니다.
대출 1천만원을 합쳐 4천만원짜리 전세집에 신혼의 둥지를 틀었습니다.
얼마안있어 허니문 베이비로 첫 아기를 갖게 되었구요.
알콩달콩 깨소금나는 신혼의 시간이었죠.
그러던 중 청천벽력 같은 일이 일어났습니다.
살던 집이 경매로 넘어간 것이죠.
지금 같으면 미리미리 챙겨야했을 일들을 준비하지 못했던 까닭이었습니다.
낙찰자가 이사비용이라고 70만원을 주더라구요.
앞이 캄캄했습니다.
경매가 무서운 것이더라구요…
‘하늘이 무너져도 솓아날 구멍이 있다’
돌도 안된 딸아이의 눈망울을 들여다보며 힘을 얻었고,
신앙의 힘으로 조금씩 용기를 내었습니다.

길거리에 나앉을 순 없었기에 시간이 나는대로 집을 구하러 다녔습니다.
가진 돈이 없으니 정말 마땅한 곳이 없더군요.
이 글을 읽는 분들 가운데 공감하시는 분들이 계실거예요.
서울을 벗어나서야 겨우 월세를 구했습니다.
보증금 1천만원 월세 30만원.
반지하 방 두 개짜리 연립이었습니다.
보증금 1천만원은 당시 주택은행에서 신용 대출을 받아 겨우 해결했고요.

엎친데 겹친격으로 저희 부모님까지 모시게 되었습니다.
15평남짓되는 집에서 갓난아기까지 다섯식구가 살았던 거죠.
지금 그때 생각을 하니 눈시울이 붉어집니다.
그 시간을 잘 참아준 착한 아내가 너무나 고맙습니다.

이 때가 1999년 9월이었습니다.
가정의 경제 상황을 보니 아찔아찔했습니다.
아버지는 미안해서인지 피라미드 정수기를 파신다 뭐한다하시며 그나마 돈을 까먹으시고…
단돈 100원짜리도 헛되게 써지질 않았습니다.
통닭이 먹고 싶으면 꾹 참고, 통닭 값을 저금통에 넣었습니다.
제일 아까운 것 중 하나는 은행 수수료.
수수료 아낄려고 15분 정도를 걸어가는 건 보통이었습니다.
어떻게든 살아야 했기에 이를 악물었던 것 같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여유가 생긴 지금도 단100원이라도 의미없이 돈쓰는 것은 싫습니다.




2.절약, 또 절약!

지하방이 습하고 환기가 잘 안되잖아요.
어른은 그렇다치더라도 젖먹이 아기가 걱정되었습니다.
어떻게든 지상으로의 탈출(?)이 절실했습니다.
악착같이 이자를 갚아가며 조금씩 저축을 했습니다.
구군가 밤사이에 우리 가족의 애마인 91년식 에스페로의 옆구리를 받아놓았더라구요.
운전석 문이 안 닫혀서 조수석문으로 타고 내려야하는데 챙피해서 사람들이 안볼 때 타고 내렸죠.
차를 바꿀 처지가 안되서 1년을 더 타고 다녔습니다.
몇해 전 돌아가신 장인어른께서 “이서방 참 대단허이”라고 하시더라고 나중에 장모님이 말씀하셨습니다.
지금 살아계시면 부족하나마 이것저것 만난것도 사드리고, 즐기시던 약주도 올리고 할텐데…
또 눈물이 나네요…
귀한 딸 고생시키는(아내는 초등학교 교사입니다) 사위를 끝가지 믿고 내색을 안하시던 장인어른의 인품이 그립습니다…

2001년 봄. 드디어 지하방을 탈출했습니다.
같은 동네에 방 세 개짜리 낡은 단독 주택이 2500만원 전세로 나오더군요.
당시 평화은행에서 근로자우대 전세 대출로 1500만원을 받았습니다.
방 세 개로 옮기니 참 기분 좋더군요. 경험해보신 분은 아시죠?
이사비용을 아끼기 위해 짠돌이 가족답게 식구들이 직접 이사집을 옮겼습니다.
물론 틈틈히 페인트도 칠하고 도배도 직접 했구요.
이사간 첫날 가족이 모여 삼겹살을 구우며 기뻐하였습니다.
이 집에서 둘째인 아들을 낳았습니다.





3.전략적인 내집마련


월세로 빠지던 월 30만원이 절약되니, 돈을 좀 더 많이 모을 수 있었습니다.
2003년까지 그 집에서 2년을 꽉 채워 살았습니다.
7천만원짜리 2층 단독주택이 나왔길래 무리를 해서 이사를 했습니다.
큰 아이가 5살, 작은애가 3살이 되니 집이 좁아서 어쩔 수 없었습니다.
대출금이 부담되었지만, 자그나마한 베란다도 있고 방과 거실이 넓어서 너무 좋았습니다.

당시 집 앞에 새로 지은 현대 홈타운 아파트 단지가 있었는데, 볼 때마다 부러웠습니다.
‘나도 저런 아파트에서 살고 싶다. 이사가자!’ 속으로 되내이고 되내었습니다.

생각에서 맴 돌던 일은 구체적인 실행으로 옮겨야하지요.
가능한 방법을 찾기로 했죠.
당시 저희 부부의 연봉이 합해서 6천이 조금 넘었습니다.
기존의 아파트를 구입하는 것과 신규 분양을 받는 것을 비교했습니다.
A4용지에 표를 만들어 장단점을 하나하나 비교했습니다.
필요한 자료를 모아서 클리어파일에 정리작업을 해갔습니다.
기존 아파트 구입에는 목돈이 필요했습니다.
집근처 32평이 당시 2억정도 했습니다.
그래서 목돈의 부담이 적은 분양권매입으로 방향을 세웠습니다.
고민하던 차에 부동산에서 좋은 정보를 얻었습니다.
저렴한 분양권이 나왔다기에 한걸음에 달려갔습니다.
지금은 수도권 분양권 전매가 금지되었지만, 당시 저희 가족에겐 참 좋은 제도였습니다.
32평짜리 아파트가 급매로 나왔는데, 분양가 1억 7천만원에 P 2천5백이었습니다.
입주는 다음해 말이었기 때문에 중도금 내는 것도 다소 여유가 있었고요.
여러 준비를 해왔던 차여서 이거다 싶어 매입을 했습니다.
물론 협상의 법칙에 의거해서 5백을 깍았죠…^^ (1억 9천)
부동산에서 계약서를 쓰는데 만감이 교차하더군요.
인생의 숙제를 하나 풀었다싶은 이 때가 결혼 5년차 였습니다.
다행히 원 분양자가 최초 주택자금 대출을 받아서 5.2% 저리의 대출 승계를 하였습니다.

물론 중도금 납부가 힘들긴 했지만 어렵게 준비해서 은행에 낼 때 마다 가슴 벅참이 있었습니다.
경험한 분들은 아실겁니다.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지어져가는 내 집을 바라보는 기쁨을….
입주가 가까워지면서 어머니, 아내와 새 가구도 보러다니고, 새 TV도 사고…행복했습니다.
드디어 2004년 겨울. 꿈에도 그리던 새 집으로 이사를 갔습니다.
마음같아선 고마운 아내의 이름으로 등기를 해주고 싶었는데,
계약을 제 이름으로 했기에 할 수 없이 공동명의를 했습니다.
이사가서 첫 날 잠을 자는데 감사해서 잠이 안오더군요.
남편을 믿고 고생해준 아내가 너무너무 고마웠습니다.




4.종자돈을 이용한 투자

2006년도 초에 1억정도의 목돈이 들어오게 되었습니다.
회사에서 액면가에 나누어준 우리 사주를 현금화시킨 것이지요.
주식과 부동산에 관심을 두고 공부를 하고있었는데 부동산쪽으로 확신이 오더군요.
저평가된 아파트를 고르고 골라 51평 아파트를 3억 8천에 계약하였습니다.
셋째가 태어나서 부모님까지 일곱식구로 늘어났기 때문에 투기목적은 아니었습니다.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이라 약간의 추가 대출을 받으면 가능하겠더라구요.
집값이 심상치 않게 오르기 시작했습니다. 제 예상보다 속도가 빠랐습니다.
웬걸요. 집주인이 해약을 하자고 합니다.
부동산측과 함께 집주인을 끈질기게 설득했는데 결국 계약을 해지했습니다.

첨에는 허무하더군요.
다시 고르기 시작했습니다.
가족이 많아서 큰 평수가 필요했기에 수도권 40평대 이상 아파트를 집중적으로 알아보았습니다.
이리저리 인터넷을 통하여 검색을 하던 중, 파주의 51평짜리 대단지 아파트가 눈에 띄였습니다.
즉시로 차를 몰아 가서 보니 제 마음엔 들더라구요.
저는 왠만한 결정을 하기전 반드시 아내와 상의를 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날 아내와 어머니도 모시고 현장을 가보았습니다.
다행히 제 생각대로 동의를 해주셔서 2006년 6월에 2억 5천만원에 51평 아파트를 계약 했습니다.
전세를 8천에 주었고, 명의는 양도세 문제로 아버지 앞으로 했습니다.
얼마있자 파주 운정신도시 한라비발디 분양을 하더군요.
이 시점에 맞추어 광풍 같은 상승이 이어졌습니다.

판단하기전 고심의 고심을 해야하지만, 일단 판단이 서면 지체해서는 안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만약 아파트 해약에 실망을 해서 손을 놓았더라면 대형 아파트 매입의 기회를 놓치고 말았을 것입니다.
또한 확신을 갖기 위해선 많은 정보와 안목이 필요합니다.
제가 짠돌이 생활을 하긴 했지만 독서와 신문에는 돈을 크게 아끼지 않았습니다.
이 덕을 많이 본 것 같습니다.




5.개인적인 생각들

저는 운이 좋은 편이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허나 정말 중요한 것은 가족간의 사랑과 믿음입니다.
특히 어렵고 힘들 때, 허리띠를 졸라맬 때 가족이 합심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서로 사랑하고 이해하고 격려해야 합니다.
저와 아내는 금전적인 문제로 다툰적이 적었습니다.
시댁과 처가에도 구분을 두지 않고 필요에 따라 용돈을 드렸습니다.
이럴 때 부부간의 신뢰와 믿음이 중요합니다.
3남매를 두고 저와 아내가 직장 생활을 잘 할 수 있었던 것도 자식과 손주를 사랑하시는 부모님의 희생 덕분이었습니다.

제가 술,담배를 안하니까 크게 용돈이 필요 없었습니다.
남자분들 한 번 거하게(?) 술 먹으면 최소 20~30만 기본이잖아요.
그럴 돈이면 직장에서 후배나 동료들 몇 번 점심사줄 수 있거든요.
인맥도 가꿀 수 있고…. 남자 분들 동의하시죠?
절약을 하면서도 가족들과 가끔 외식도 하고 아이들을 위해 놀러다니는 것도 필요합니다.
허리띠를 졸라매기는 했지만 휴가 때는 전국 방방 곡곡 다녔습니다.
왜냐하면 인생의 목적 자체가 돈 자체에 있다고 생각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데요 어렵더라도 반드시 학습을 해야합니다.
저는 아무리 돈이 없어도 의지적으로 책은 사 보았습니다.
쉬는 날에도 왠만하면 도서관에 들렀구요.
예스 24에서만 산 책이 300여권정도 됩니다.
그리고 인터넷 동호회나 까페에 가입을 해서 여러 고수분들의 경험을 배우시기 바랍니다.
좋은 강연회가 있으면 기회가 닿는 대로 들으시고요.
신문 구독료 아끼지 마시고 경제지 한 부 이상은 정독하세요.
회사에서 공짜로 볼 수도 있지만, 집에서 정기구독하세요.
스크랩 꼭 하시고요. 그리고 저는 이코노미스트와 매경이코노미를 정기구독 했습니다.
지금 투자금액대비 600%이상의 수익률을 얻게해준 장외주식의 정보도 여기서 얻었습니다.
투자는 100%의 자기 확신이 있어야 합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99%의 확신도 부족합니다
그래야 수익을 얻던 손실을 입던 후회가 없습니다.
그러기에 반드시 공부를 해야합니다.

제가 아파트에서 큰 수익을 올린 것은 사실이지만, 투기 분위기에 부화뇌동한 것은 아니었습니다.
자금 여력이 없을 때도 ‘만약 나에게 현금이 있다면 어디에 투자할 것인가?’하고 고민해왔기 때문에 막상 실행에 옮길 수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거시적인 흐름을 이해하고 주변에 접목을 시켜야 결단할 수 있습니다.
이 준비가 되어있지 않으면 누가 나에게 정보를 줘도 움직이기가 여간 쉽지 않습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신에 대한 믿음입니다.
내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 바로 서야 합니다.
그 목적을 이루는 도구로써 돈을 보아야 합니다.
이게 바뀌는데서 문제가 일어나는 것 같습니다.



*현재 자산 현황
1.부동산: 아파트 두 채 - 8억 5천만원,
2.동 산: 주식/장외주식 - 2억 3천만원,
펀드/ VUL/예금 - 1억원입니다.



전세를 비롯한 부채가 이것 저것 해서 약 8천정도 되니까 순자산은 약11억입니다.
아무것도 없는 마이너스에서 10년만에 이룬 결과입니다.
향후 투자 방향에 대해 계속 공부중이고요...
특별히 자랑할 만한 성과는 아니지만, 후회가 없는 시간들 이었기에 글을 올립니다.
혹 10in10 회원분들 중에 힘드신 분들이 계시면 제 글이 다소나마 힘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저희 가족의 삶이 전과 달리 특별히 달라진 것은 없습니다.
*현재 연봉:둘이 합해 8천만원 정도.
*집:32평 아파트 (일곱식구라 좁음…내후년쯤 큰 아파트로 이사계획)
*자동차:뉴ef소나타 (2003년식중고구입)
*가전제품:대부분 결혼때 마련한 혼수품
*교육비:월50만원(초2-바이얼린/영어, 유치원(7살)-주산/피아노, 3살-아이챌린지)-주로 독서교육에 치중
*외식:한달에 두 세번 (부부의 월급날엔 감사의 의미로 꼭…)
*그외…:십일조생활(부부의 믿음과 진심어린 동의가 필요합니다),
아내의 대학원 공부(학비가 연천만원으로 부담이 되긴 하지만 아내가 정말 하고 싶은 일이기에…)
구제(월 10만원)

우리 모두 좋은 부자가 될 수 있기를 바랍니다.
두서없는 글 읽어주신 모든 분들게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