싸가지 평설



느낌 없는 책은 읽으나 마나,
깨달음 없는 종교는 믿으나 마나,
진실 없는 친구는 사귀나 마나,
자기희생 없는 사랑은 하나 마나이다.

    - 아리스토파테스 -


잘살던 친척이 있었다.
그는 부자 부모를 둔 덕에 젊은시절부터 호사를 누렸다.
당시 가장 좋은 동네에서, 최고급 승용차를 타고, 명품만 들고 입었다.
하지만 그의 부는 개인에게만 집중될 뿐 주변에 전혀 전달되지 않았다.
누구네 집에 놀러 갈 때에도 항상 빈손이었고,
그 집에 놀러 가도 차비 한 번을 주지 않았다.
친척집에 가면 으레 어른들이 차비를 주고,
그 재미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그의 인색함에 괜히 심통을 부리곤 했다.
어른들도 그런 그의 행동을 보며 혀를 찼다.
“늘 받기만 해서 그런지 도대체 베풀 줄을 모르니 참 딱한 노릇이네.”
심지어 그는 친척 대학 졸업식에 꽃 한 송이 없이 가기도 했다.
졸업식에 참석한 모든 사람들은 그의 염치없음에 할 말을 잃었지만,
정작 본인은 사건의 중대함을 인식하지 못하는 듯했다.
남에게 무엇인가를 베푼다는 데 생각이 전혀 미치지 못했던 것이다.
그래서인지 그는 현재 외국에서 외로운 노후를 보내고 있다.

계속해서 약속 시간에 늦는 사람이 뭐라고 이야기하기는 참 어렵다.
보나마나 반응은 뻔하기 때문이다.
“사람이 늦을 수도 있지, 약속 시간에 한 번 늦은 걸 갖고 쫀쫀하게 왜 그러냐”고 할 것이다.

늘 얻어먹기만 하고 밥 한번 살 생각을 안 하는 사람에게

- 그사람이 부자이고 가난하고는 문제가 안 됨 -

당신은 왜 밥을 안 사냐고 이야기하는 것은 더 어렵다.
말하는 순간 말한 사람만 조잔해 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 감정들은 겉으로 드러나게 마련이고,

누적되면 결국 관계를 유지하기 어려워진다.

인간관계는 주고받는 것이다.
주기만 한다든지, 받기만해서는 관계가 지속되기 힘들다.
물론 주고받음의 대상은 여러 형태가 될 수 있다.
돈이 될 수도 있고, 노력 봉사가 될 수도 있고,
성공적인 기회의 제공이 될 수도 있다.
감사함을 표현하는 것도 그 중 하나이다.

이 같은 베풂,
나눔의 정신을 젊었을 때부터 훈련하는 것이 유리하다.
젊어서 싸가지가 없던 사람이 늙었다고
싸가지가 생기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싸가지 없는 사람에게는 사람들이 몰리지 않는다.
세상에 그런 부류의 사람을 좋아할 이는 없다.

뭐든지 베풀어야 돌아오는 법이다.
돈을 써야 돈이 생기고, 인심 또한 그러하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사람이 인색한 사람이다.
친척 간에도 인색한 사람은 대접을 못 받는다.
잘사는 것 뻔히 하는데 밥 한 번 안 사는 사람을 누가 좋아하겠는가.
근검절약하는 것처럼 보이겠지만, 사실 가장 멍청한 사람이다.
그래서 재벌들의 사주를 보면 이들은 베푸는 걸 좋아하는 사주를 가졌다고 한다.

받는 것보다 주는 것이 더 좋다.
주는 것은 정신적으로 성숙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무조건 받으려고만 하는 것은 질병이다.
이런 질병은 우리를 사람들로부터 멀어지게 하고 영혼을 갉아먹는다.
성공의 비밀은 주는 것이지 받는 것이 아니다.
즐거움을 얻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주어야 하며,
즐거움을 간직하기 위해서는 즐거움을 뿌려야 한다.
성공이란, 받기만 하던 싸가지 없는 사람이 베풀 수 있는 사람으로 변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