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돈을 버는 시대… 격차 더 커질 것"

우리나라 근로자들은 가계소득의 80~90%를 근로소득에서 얻는다. 이것을 절약하여 집을 마련하고 자녀 교육비와 결혼자금으로 쓴다. 일자리를 잃어버리면 곧장 빈곤층으로 추락한다. 직장을 갑자기 잃는 40~50대 샐러리맨, 경쟁력을 잃고 가게 문을 닫는 50~60대 자영업자들이 바로 '신빈곤층'이라 불리는 사람들이다.

반면 직장에 잘 다니는 40~50대들은 소득이 지난 4년 동안 20~30% 이상 늘어나는 등 여유 있는 생활을 하고 있다. 성과급 도입에 힘입어 연말에 거액 보너스를 받는 사람들도 수두룩하다. 여기에 주식·부동산 시장이 지난 4년간 100~300% 가까이 오르면서 재테크에 밝은 40~50대들은 상당한 재산소득을 올렸다. 그 결과, 주택 말고도 2억~10억원대의 금융자산을 가진 '신부유층'이 빠르게 늘고 있다. 지난 4년간 50~60대의 빈부격차가 급속히 벌어진 데는 이런 배경이 있다.

◆맞벌이·홑벌이가 임금소득 격차를 벌린다=구조조정을 상시 추진하는 기업들은 고임금(高賃金) 관리직 사원들을 계속 줄여나간다. 과장과 차장, 부장 직급에 있는 40~50대가 대부분이다. '홑벌이' 가정은 가장의 실직과 함께 곧장 중산층에서 밀려나는 고통을 겪는다. 50~60대에 빈곤층을 형성하는 가계들이 이런 특성을 보인다. 반면 '맞벌이'를 하는 40~50대 중년 가정들은 보통 연간 6000만~1억5000만원의 소득을 올린다. 따라서 한 명이 퇴직을 하더라도 급여 수준이 생애 최고의 시기에 있는 만큼 경제적 타격이 크지 않다.

신한은행 서춘수 스타시티지점장은 "미국의 경우에도 홑벌이 가정보다 돈을 2배로 버는 맞벌이 가정이 중산층의 중추를 이룬다"면서 "한국의 사회 흐름을 볼 때 홑벌이 가정은 앞으로 중산층에서 탈락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주식·부동산이 재산소득 격차를 벌린다=서민계층은 먹고살기에 바빠 금융자산이나 부동산 자산을 늘릴 겨를이 없다. 노동패널 조사에 따르면, 월 소득 200만원 이하의 서민계층 가운데 금융자산이 하나도 없는 가구의 비율은 50%에 달한다. 월 200만~300만원의 소득을 올리는 중산층 가운데서도 이런 가구가 30%에 이를 정도로, 재테크 또는 자산관리와 담쌓고 지내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러나 그 반대편에서 증시 붐을 타고 재산을 급속히 늘리는 신부유층이 생겨나고 있다. 신부유층은 금융자산을 2억원 이상 보유하면서 근로소득 이외에 연간 2000만~6000만원의 재산소득을 올리는 계층을 가리킨다. 실제로 요즘 은행과 증권사 직원들을 만나보면 1억~3억 원 전후의 예탁자산을 가진 사람들이 급속히 늘고 있다고 말한다. 한국재무설계 오종윤 이사는 "열심히 일하는 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경제변화에 신속히 대응하는 것"이라며 "신부유층들은 대부분 자산관리에 능하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중년·고령층 소득격차 앞으로 더 커진다=근로소득에 의존하는 우리나라 도시가계의 살림살이로 볼 때 일자리는 곧 중산층의 자리를 지키는 '방패' 같은 기능을 한다. 그러나 요즘은 일자리를 가져도 사회계층의 밑바닥을 헤매는 경우가 적지 않다. 기업들이 인건비를 줄이기 위해 저임(低賃) 비정규직을 늘리고 있기 때문이다. 비정규직이 받는 급여는 정규직의 50~60% 수준에 불과해, 이들이 중년 퇴직자들과 함께 '신빈곤층'의 토대를 이루고 있다.

우리나라는 요즘 바야흐로 자산투자의 시대를 맞고 있다. 신부유층들은 국내시장에만 돈을 투자하는 것이 아니다. 금과 석유에 투자하거나 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중국과 인도, 러시아 등 해외시장에서 돈을 굴려 재산을 늘린다. 한국펀드평가 우재룡 사장은 "한국도 이제 선진국들처럼 '돈이 돈을 벌게 하는' 단계에 이르고 있다"면서 "재산소득 비중이 늘어날수록 중년·고령층 내의 빈부격차는 앞으로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