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작년 11월, 방 3개, 화장실 2개 34평짜리 아파트를 샀습니다.
25평짜리 내 집을 팔고 34평으로 지금 옮겨가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은 다급함에 대출을 3억 원 얻어 버블7지역에 집을 어렵게 샀습니다. 주변의 집값이 오르는 것을 보면서 아내도 집을 더 오르기 전에 늘려가자고 엄청나게 저를 졸랐습니다.
그리고 1년이 가까워 옵니다. 기존 25평짜리 집은 아직도 팔지 못했습니다. 4억 5000만원에 팔려던 집이 이제는 4억 원에도 안 팔립니다. 3억 원 융자금은 1년 새 월 이자가 150만원이 더 붙었습니다. 동시에 종부세 대상자도 됐습니다.

저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하나요?
저는 또 처분조건부 대출자라고 합니다. 빨리 융자금을 갚거나 종전주택을 팔지 않으면 금리를 15%까지 올리고 집을 경매 처분한다고 전화도 왔습니다. 우리나라도 주택가격이 급락해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태가 오거나 파산에 이르지는 않을지 두려워 잠을 못 자겠습니다. 이제 곧 새 집을 등기한지 1년이 되고 2주택자가 됩니다.“

가을 하늘은 높고 푸르다.
녹색은 점차 갈색으로 변하고 공기는 선선해진다. 오곡은 풍성하고 단풍은 아름다운 성숙의 계절. 조금씩 조금씩 집을 늘려가고, 늘어난 공간에 행복을 담아가는 그 자연스러운 작업이 왜 이리도 혼란스럽고 힘든 것인가?

지나치고 예측할 수 없는 부동산 정책과 각종 경제변동 상황들, 금리가 낮기만 해서 애써 모아 통장에 넣어 둔 돈이 줄고 있다는 심각한 고민은 서둘러 집을 사게 했다. 그리고 오히려 은행돈을 빌려 채무자가 된 후에 내 인생 드라마의 화면은 바뀌고 월급의 절반을 은행에 가져다주고 고금리를 두려워하는 가난한 사람이 됐다.


◆ 규제로 덮인 부동산 시장

자본과 부동산이 만나는 수요와 공급의 ‘시장원리’ 그리고 ‘내 집을 가질 수 있는 권리’

이 두 가지 주제는 지금 이 나라에서 구속받고 있는 중이다.
부동산 역사상 처음으로 1주택자도 규제대상이 됐다.
‘6억 원 이상의 종부세 대상주택’ 그 소유주가 이번 규제의 대표적인 피해자다. 2003년 말부터 만들어진 새로운 세금, 오르는 주택에 가해진 벌금형 부동산 보유세인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8. 31 부동산 대책으로 모습을 드러냈다. 그래도 그 이후 한두 해는 ‘세금의 폭’보다 ‘주택가격의 상승폭’이 컸다.

“저런, 세금보다 부동산가격이 더 올랐다고 좋아하다니…….”
집이 현금으로 당장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고…….저 싸움은 틀림없이 오르는 집이 진다. 집값은 끝없이 오를 수 없고 집을 팔지 않는 한 꾸준히 늘어나는 세금 낼 돈이 다들 없을 것이다.

그 우려는 2년이 지나 현실화 된다.
그 사이에 ‘확실한 보너스 규제’인 대출규제가 또 생겨났다.

“아이구, 이젠 정말 큰일 났어요. 집은 안 팔리고 세금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네요.”

2005년 말에 부과된 9억 이상의 종합부동산세는 그래도 잘 넘어갔다.
비싼 집을 가진 사람들은 몇 십만 원에서 몇 백만 원의 견딜 수 있을 만한 세금을 냈고 연말을 맞았다.
2006년 말에 부과된 6억 이상의 종부세는 문제가 심각했다.
과세표준이 70%로 오른 데다가 공시가격이 30%이상 올라갔고 종부세 부과선도 6억으로 내려갔다. 한마디로 고을이 시끄러웠다. 아파트촌에는 ‘플랜카드’가 붙고 곳곳에서 ‘주민모임’이 열렸다. 정부는 큰소리로 소리쳤다.

“누구든 종부세 납부를 방해하거나 거부를 선동하는 사람은 처벌할 것입니다.”

‘종부세 대책 모임’에 모인 사람들은 불복절차만 문의할 뿐 누구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다.

“이 사람들 속에 세무서 직원이 있을지도 몰라. 말 잘못 꺼냈다가 괜히 시달림 당할라.”

2007년 연말 또 다시 세 번째 종부세가 날아온다. 과세라인 6억 원, 과세표준 80%, 과세기준일은 2007년 1월 1일로 상당량의 금액이 될 것이다.
‘세금폭탄’
하늘에서 삐라처럼 쏟아지는 고지서는 전쟁의 폭격만큼이나 무섭고 파괴력이 있다.

“차라리 지금이 집을 살 때가 아닌가요?”
“에이, 쓸데없는 소리…….뭐 하러 불구덩으로 들어간단 말이오.”


◆ 다주택자 800만 가구

“언제 집을 사야 하나요?”

이 질문의 답은 ‘2주택자의 규제를 푸는 때’다.
억지로 눌러놓은 부동산규제는 2주택자를 집중 공격하고 있는 중이다. 2주택자를 누르면 ‘주택시장’이 가라앉는다.
알고 그랬을까? 하도 여러 방법을 쓰다 보니 그 방법이 먹혔을까?
그 답은 여하튼 옳다.

2주택자는 억제책과 부양책의 바로미터다. 2주택자는 지금 고통 받고 있는 중이다.
2007년 1월 1일부터 2주택 소유자의 양도소득세는 50%다. 거기에 주민세 10%가 붙으니 실제 양도 시 세금은 55%다. 거기에다 10년 이상 보유하면 깎아주던 양도소득의 30%에 달하는 장기보유특별공제도 사라졌다.

종합부동산세는 1주택자의 머리위에 또 하나의 주택을 올려놓고 그 몸통 중 6억 이상을 과세해 목을 죈다. 여기에 실거래가격신고, 대출제한으로 매수자가 근처에도 못 오도록 쫓아낸다. 9월부터 시행되는 청약가점제는 2주택자와는 무관하고 1주택자와도 거리가 먼 무주택자를 위한 법이다. 분양가 상한제는 1주택자가 기존 주택을 매입하려는 수요를 꺾어 놓고 5년에서 10년의 전매제한을 만들어내 시장을 가라앉힌다.

우리나라에는 총 1400만 가구의 ‘집’이 있고 1400만 가구의 ‘가구주’가 있다. 이른바 주택보급율 100%, 1가구 1주택 시대다.
그러나 실제로 들어가면 1주택자의 비율은 68%, 2주택자에서 11주택 이상자까지 다주택자의 비율이 32%다. 다주택자 32%는 1주택자의 몫을 잠식해 무주택자로 만들어 놓는다.
결국 1400만 가구는 600만 가구의 1주택자와 270만 가구의 2주택 이상 다주택자, 530만 가구의 무주택자로 구성된다. 이 가운데 600만 가구의 1주택자가 추가로 주택을 구입해 2주택자가 되려는 것을 방해하고 2주택 이상자가 집을 계속 보유할 수 있는 환경을 불안정하게 만들어 놓으면 부동산 시장은 기력을 잃어버린다.
그럼 2주택자의 매도물량을 받아낼 수 있는 것은 530만 가구의 무주택자인데 그 사이에는 상당한 경제적 갭(Gap)이 놓여 있다.


◆ 1명의 부자가 존재하기엔 1,000명의 빈자가 필요한 세상

부자와 빈자. 세상은 불공평하다.
모두 다 부자인 세상, 그런 사회는 원칙적으로 불가능해 보인다. 사람들은 재화를 가운데 두고 뺏고 빼앗기는 제로섬 싸움을 진행 중이다. 그 가운데 대상물 중 하나로 부동산이 있다.
정책에 따라 움직이며 급격히 오르다가 각종 규제로 거래가 뚝 끊기는 그래프의 반복. 가난한 사람들은 대개 상투에 물건을 사게 된다. 생활 인프라나 시스템이 자금과 정보, 그리고 예측력에서 열악하기 때문이다.

2006년 11월, 최대거래량이 터졌다. 웬만한 전문가라면 예측이 가능한, 이른바 ‘꼭지’였다.
주택담보대출은 4조 2천억이 늘어났다. 더불어 마이너스 통장 대출도 1조 6천억 원 늘어났다. 2002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최대치를 보이면서 늘어난 5조 8000억 원의 대출은 지금 올라버린 대출 금리로 빌린 사람에게 고통을 주는 ‘어려운 돈’이 됐다. 올해 하반기 2번의 콜금리 인상을 기반으로 올라간 여신 금리상승에 1억을 빌린 사람은 작년대비 월 60만원씩 더 이자를 부담해야하는 경우를 맞게 됐다.

작년 말, 새집을 살 때 가지고 있던 기존 집은 조만간 ‘판매조건부 주택’에 물리거나 새 집 등기 후 1년 내 팔지 못하면 양도세 50%를 내야하는 2주택이 되고 만다. 시장형편은 매수인 1명에 매도인 15명인 상황으로, 제 가격을 받는 정상적인 거래가 어렵다. 이 시장은 대체 어떻게 될까? 막차를 탄 ‘착한 서민’들은 결국 손해를 보고 나와야 하는 것이 ‘현실’이고 ‘운명’이다.

아쉽지만 과거의 역사나 지표는 늘 이런 상황에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음을 말해준다. ‘기회를 선점’하고 동시조건으로 ‘레버리지’를 쓴 사람들은 돈을 번다. 그러나 주위 사람들이 부동산으로 돈을 버는 것을 여러 차례 보면서 막판에 타인의 돈을 빌려 들어간 사람들은 사연이 어떻든 대개는 잃고 나온다. 그 와중에는 급작스레 오르는 금리와 부동산 경기침체의 시간, 늘어나는 높은 세금 등 토시하나 틀리지 않은 ‘예상치 못한 계절의 변화와 비바람’이 있었다.

그 고비의 시간이 깊어질 즈음 다시 ‘돈 있는 사람’들이 그 물건을 산다. 그리고 새로 물건의 주인이 된 사람들은 조금씩 조금씩 돈을 벌어간다. 다시 원래대로 시장이 풀려가는 것이다. 그것은 자본시장의 원리이며 기억 속에 있는 현실이다. 그 환경을 만드는 이유에는 정치적 요소와 경제적 요소, 심리적 요소 등 각종 내재상황들이 존재하고 있다.


◆ 그럼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무주택자는 지금이 집을 살 때다.
청약통장이 있고 저축일 경우 납입횟수가 제법 되거나, 예금일 경우 가점이 어느 수준에 올라 있다면 청약을 기다려 보겠지만 청약통장 가입기간이 짧거나 청약통장이 없는 경우는 집을 살 시점이 ‘바로 지금’이다.

본인이 직접 거주할 경우는 법규가 허용하는 범위 내의 융자를 얻어서 사면되고 일단 사두고자 한다면 전세를 끼고 사는 것을 권한다. 지금은 매도 15, 매수 1 상황으로 15:1 정도의 매도, 매수 비율을 유지해 집을 사기에는 시장이 제법 괜찮아 보인다.

그래도 1주택 자는 청약통장을 사용해서 신규분양을 받을 것을 권한다.
신규분양주택은 집으로 완성될 때까지는 종합부동산세가 부과되지 않으며 분양 후 집이 지어지는 때까지 약 3년이 걸려 그 사이에 세금 등 무리한 부동산 규제의 변화가 올 것으로 예측되기 때문이다.

청약통장이 없는 1주택자는 기존주택을 매입해서 지역이나 평형 갈아타기를 시도할 수 있는데, 이 경우 신중해야 한다. 기존주택을 매도하고자 할 때 환금성이 떨어지는 시장 환경이기에 그렇다.
안전모드는 종부세를 완화할만한 ‘확신’이 드는 때 결행하는 것이고, 위험모드는 지금처럼 불확실성이 세상을 지배할 때 싸게 나온 매물을 사 놓는 것이다.
이 경우 기존주택을 사는 것은 100% 자기자금으로 하는 것이 좋다. 금리 등 경제상황이 조금 더 안 좋아 질 수 있는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최소 2008년 말까지의 종부세는 염두에 둬야 한다.

팔려는 사람은 조금 더 과감해야 한다는 점이 포인트다.
이미 2주택자는 신경쓰지 말고 계속 보유하는 것이 유리하다. 지금 종부세가 어렵다고 집을 한 채 싸게 팔아 50%의 양도세와 그에 따른 10%의 주민세를 낸다면 양도차익이 큰 주택은 오히려 더 손해일 수 있다. 세금이 커 최종적으로 손에 쥐는 돈이 뭔가를 할 만큼 많지 않을 수 있다. 이 경우 집 팔고 남은 돈으로 종래 집의 가치에 달하는 집을 살 수도 없을뿐더러 확실히 저축이나 증권 등에 투자하기도 애매한 상황이 연말까지이기 때문이다.

일시적 2주택자나 양도세 일몰기간이 도래한 5년간 양도세 면제 주택 소유자로 또 다른 주택을 보유한 사람은 10~15% 내려서 ‘바겐세일’로 물건을 처리해야 한다. 이미 상황은 변했고 머릿속에 떠오르는 옛날의 가격으로는 거래가 쉽지 않다. 종전에 6억 원이 나가던 집은 5억 3000만 원 정도로 까지 할인하여 시장을 어우르는 매매를 해야 한다.
정 깎아주는 가격이 아깝다면 지인이나 매수 조건이 허용되는 무주택자에게 ‘일단 이전’하고 상황이 좋아지면 재판매하거나 가격을 정산하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



◆ 앞으로 15개월을 예측하면?

2007년 10월부터 연말까지는 주택시장의 침체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미분양 물건은 급속도로 늘고 판매가 부진한 현장을 서너 개 보유한 건설사들은 줄줄이 부도를 낼 것이다.
‘신일 해피트리’와 ‘세종 그랑시아’ 등은 시작일 뿐……. 그룹사가 아닌 단일 건설사들에게 아파트 판매 부진으로 인한 자금난은 더욱 더 심각하게 목을 죄어온다.

연말에는 오른 공시가격과 과표 인상으로 종부세 대란이 날 조짐이 보인다. 2005년 9억에서 2006년 6억으로 종부세가 내려오면서 지상이 급속히 굳어지기 시작했다. 올해는 2006년 말보다 더욱 더 큰 덩어리의 종합부동산세가 나올 태세다. 시장이 그나마 정점에 있던 2007년 1월 1일 기준 공시가격으로 6월 1일 소유자에게 세금이 과세되기 때문이다.

한줄기 햇빛…….대선.
부동산 시장으로 볼 때, 집 가진 사람들에게 그나마 희망은 세금을 깎아주겠다는 대선주자 들의 공약이다. 2007년 12월 19일 목요일. 새 정권이 탄생하면서 무겁고 과다한 세금의 무게가 가벼워질 수 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무너지려는 시장을 그나마 유지시키고 있다.

이 모습이든 저 모습이든지 2007년 12월 20일부터 2008년 상반기까지는 거래활성화대책, 투기지역해제, 대출규제완화 등 미분양 아파트를 줄이고, 죽어가는 시공사를 살리는 방법이 나올 것을 예상된다. 2008년 7월 1일부터 2008년 12월 31일까지는 종부세와 양도세 완화에 대한 구체적 토론이 벌어질 듯하다. 이미 나온 선거의 각종 공약들에 1주택자와 장기보유자, 고령자 등에 대한 보유세금 완화와 법을 바꿔 거래의 숨통을 트이게 하려는 의지가 들어있는 이유이다. 얼마나 긍정적인 사고를 갖느냐 하는 것이 무주택자나 유주택자나 필요한 시점이 ‘지금’이다.



◆ 문어와 오징어를 구별하라

문어와 오징어는 비슷하게 생겼다. 연체동물에다가 다리에 빨판이 있고 먹물을 쏜다. 그러나 자세히 보면 문어는 8개의 다리를 가지고 있고 머리도 매끈하다. 오징어는 10개의 다리에 머리엔 삼각형의 모자를 쓰고 있다.

요즘 부동산 시장이 침체되면서 많은 사람들이 청약통장을 빼앗기고 있다.
일단 청약은 했는데 당첨되고 보니 그 아파트가 내가 가지고 갈 블루칩이 아니라는 생각이 드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애매한 300세대 미만의 주상복합, 본인의 생활권에서 먼 거리의 아파트 등이 대표적인 예다.

모델하우스에 몰린 수많은 인파와 고급스럽게 장식된 수입품 자재, 비싸 보이는 빌트인을 보고 인터넷청약을 했지만 막상 경쟁률이 생각보다 적게 나왔을 때 청약자들은 당황한다. 더욱이 바뀐 대출여건으로 본인에게 예상한 대출이 여의치 않다고 판단했을 때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따라서 집을 선택하거나 청약할 때에는 충분히 조사하고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판단해야 하는 때다.

‘문어’인줄 알고 그물을 던졌지만 잡고 났을 때 ‘오징어’인 경우, 아까운 재산은 손실을 입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청약하거나 사려는 주택에 시간과 노력을 투입해야 한다. 모델하우스나 현장에 최소 5번 이상 가보고 카탈로그도 수십 번보고 세심하게 따져봐야 한다. 교통망이나 근린시설 등 인터넷 검색도 충분히 해봐야 한다.

“이 아파트 어떻게 생각해요?”
“위치나 가격 경쟁력은 어떤가요?”

주변의 ‘똑똑한 전문가’에게 많이 물어 볼수록 좋다. 우연한 광고나 소개로 5%나 10%의 계약금을 내고 전부 이월해서 잔금 처리하는 ‘조건변경’ 미분양 아파트에도 현혹 되서는 안 된다. 명심할 것은 지금이 ‘블루칩 아파트’는 더욱 희소해지는 부동산 침체기라는 것과 부동산 구입의 절대적 조건인 대출에 있어 아파트를 보고 대출해주는 시대가 아니라 사람을 보고 대출해 주는 특별한 시점이라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