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 직행' LG, 신구조화로 끝낸 10년 암흑기

마이데일리|2013.10.06 오전 07:50
최종수정|2013.10.06 오전 07:50


[마이데일리 = 조인식 기자] 포스트시즌에 진출해 팬들을 감동시키겠다고 했지만, 가기도 전에 온갖 감동을 모두 선사한 시즌이었다.

LG 트윈스가 기나긴 침묵을 깨고 11년 만에 가을야구 무대를 밟는다. LG는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최종 순위가 가려진 정규시즌 순위경쟁에서 74승 54패를 거둬 극적으로 2위가 됐다. LG는 2002년 이후 첫 포스트시즌 진출이라는 쾌거에 이어 내친 김에 플레이오프 직행까지 이뤘다.

과정은 결코 순탄하지 않았다. 한때 5할 승률 -6승까지 가며 6월이 오기도 전에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이 물건너 갔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5월 19일, 류제국의 첫 등판 이후 믿을 수 없는 레이스를 펼친 LG는 한때 1위까지 넘봤고, 감격의 포스트시즌 진출을 확정지었다.

LG의 대약진에 있어서 가장 큰 역할을 한 것은 안정된 마운드였다. LG는 3.72로 이번 시즌 팀 평균자책점 1위를 달성했다. 선발진에서는 10승 투수가 3명 탄생했다. 12승으로 팀 내 최다승을 올린 류제국을 필두로, 레다메스 리즈와 우규민도 10승을 보탰고, 신정락이 9승으로 10승에 버금가는 활약을 펼쳤다.

불펜은 선발보다 더욱 탄탄했다는 평가다. 봉중근은 38세이브로 구단 프랜차이즈 한 시즌 최다 세이브 기록을 갈아치웠다. 그리고 간판 셋업맨인 이동현, 이적생 정현욱, 베테랑 좌완 듀오인 류택현, 이상열까지 총 4명의 선수가 두 자릿수 홀드를 기록했다. 이 4명는 도합 70개의 홀드로 시즌 내내 LG의 리드 상황을 지켜냈다.

투수력이 빛났지만, 타격이 약한 것도 아니었다. LG의 팀 타율은 .282로, 전체 팀 중 3위에 해당한다. 주장인 이병규(9번)는 개막 엔트리에 들지는 못했지만 1군 합류 이후 꾸준한 맹타로 .348의 타율을 기록하고 시즌을 마쳐 타격왕에 올랐다.


이병규 외에도 베테랑 선수들의 맹타는 팀 타선을 지탱했다. 이병규, 이진영, 박용택, 정성훈은 모두 타격 10걸 안에 포진했고, 거포가 없는 LG의 중심타선은 중장거리포로 상대 마운드를 위협했다. 여기에 오지환, 정의윤, 김용의, 문선재 등 신예들과 중간급 타자들의 힘도 더해진 LG 타선은 완벽에 가까운 신구조화를 이뤘다.

삼성과의 트레이드는 신의 한 수였다. 이번 시즌을 앞두고 삼성에 김태완, 정병곤, 노진용을 내주고 현재윤, 손주인, 김효남을 받은 LG는 요긴하게 쓸 수 있는 포수 자원과 주전 2루수를 얻었다. 현재윤은 윤요섭, 최경철 등과 안방을 지켰고, 만년 백업이던 손주인은 주전으로 발돋움하며 타율 .265, 93안타로 개인 최고의 시즌을 보냈다.

1군 감독으로 2번째 시즌을 맞은 김기태 감독의 리더십도 꽃을 피웠다. 벤치에서의 번뜩이는 작전보다는 평소 팀 관리와 선수 육성, 동기 부여에 강점을 보이는 김 감독은 선수단을 완벽히 장악하고 젊은 자원을 키워내는 데 성공하며 LG의 암흑기를 끝냈다. 올해 성적도 기대 이상이지만, 미래가 더 큰 기대를 모으는 것이 지금의 LG다.

[PO에 직행한 LG 트윈스(위)-김기태 감독과 베테랑 야수들. 사진 = 마이데일리 사진DB]

(조인식 기자 nick@mydaily.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