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에 나온 박경철의 경제관련 기사 내용입니다.

아래 내용을 다 읽어 보시면 좋겠지만, 시간이 없으시다면 빨간 글자만 참고하셔도 됩니다.ㅋ



주식, 일단 보유하라

사실 지금 시장에서 가장 큰 고민에 빠진 사람들은 지난해 주식 호황기에 투자해 엄청난 피해를 보고 있는 기존 투자자다. 그들은 매일 주변의 ‘주식전문가’에게 “우린 지금 어떻게 해야 하느냐”고 묻는다. 답은 의외로 단순한 곳에 있다. 기존 투자자는 낙관론에 기대야 한다. 그 방법 외에는 달리 수단이 없다. 낙관론을 믿고, 시장과 한배를 타야 한다. 그리고 시장이 하락폭의 절반 정도인 1650~1700 수준으로 반등하면 일단 투자 비중을 줄이고 한숨을 돌리는 게 최선의 방법이다. 이 지점에선 소규모 펀드런이 일어날 것이다. 즉 손실과정에서 속수무책으로 당한 투자자들이 환매를 할 것이고, 이 지점에 머뭇거리면 다시 고통을 겪을 수 있다.

만약 지금 시점에서 환매를 하고 재투자를 하고자 하는 사람들은 일찌감치 생각을 바꾸는 게 좋다. 물론 지금이 바닥일 수 있고, 앞으로 충분히 이익을 낼 기회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부인하지 않지만, 그래도 그 반대의 상황이 벌어질 경우 리스크가 너무 크다. 주식투자에서 신규투자를 노린다면, 어디가 되건 바닥을 형성하고 충분히 반등을 한 다음, 주가가 다시 재하락하는 국면에서 투자의 기회를 모색해야 한다.

심지어 IMF 때도 구제금융이 확정되면서 주가는 급반등하면서 일부 청산의 기회를 주었지만 결국 300포인트를 무너뜨린 경험을 떠올리면 된다. 신규 투자자는 기다리면 기회가 온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 시점은 내년 초 2차 금융기관들이 신용위기에 빠지고, 일부 구조조정이 이루어지면서 금융시장의 위기감이 고조되는 순간쯤이 될 것으로 판단된다. 현재의 시나리오로는 일단 바닥을 형성한 주가가 기술적 안도랠리(Relief Rally)를 펼치고, 이어 국내 민간 부채로 인한 신용위기로 다시 하락국면을 형성할 때, 그 지점이 진짜 바닥국면이 될 가능성이 높다.

정리하면, 국내 주식투자자는 이자를 무는 자금이 아닌 이상 보유가 최선이다. 다만 혹시 주택담보대출이나 다른 채무가 있는 상황이라면 반드시 비중을 줄여 채무를 갚는 것이 낫다. 전적으로 여유자금이라면 버티는 것도 한 방법이다. 중국에 투자한 자금은 이제 가격으로는 포기한 심정일 수 있다. 중국 증시는 가격이 더 추락할 수는 있지만, 1600~2000을 기준으로 당분간 등락할 것이다. 하지만 중국과 신흥국은 산업구조의 구조조정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단기 반등은 어렵다. 최소 3~5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역시 반등시 매도하고 차라리 한국 주식으로 갈아타는 게 나아 보인다.

개별 주식투자자라면 환율 변화를 눈여겨봐야 한다. 워낙 상황이 나빠 시장에 반영되지 않았지만, 시장에는 엄청난 환율 프리미엄을 누리는 기업들이 있다. 겉으로는 표정관리를 하고 있지만 실제로는 잔치를 하고 싶은 기업이 반드시 있다. 그들을 공략하는 게 주식투자의 ABC다.



거주용 주택시장은 죽었다

이런 상황에서 내가 소유한 부동산은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 거주용 부동산, 즉 주택시장은 죽었다고 보는 게 정설이다. 이 과정에서 인구 문제를 논하는 것은 이제 구문(舊聞)이다. 거주용 부동산의 이용가치(금리 활용가치, 혹은 임대가치)를 보면 지금 우리나라 거주용 주택은 아직 거품이 꺼지지 않은 시한폭탄이다. 비록 임시처방으로 기폭장치가 제거돼 있지만, 세계적인 부동산 가격 하락에서 우리나라만 예외일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지극히 어리석은 믿음이다.

냉정하게 보면 집은 팔아야 한다. 그것도 불가능하다면 거주용 부동산의 경우 우선 규모를 줄이는 게 최선이다. 더구나 이런 거주용 부동산의 가격 거품은 본격적으로 빠지기 시작하면 환금성에 큰 문제가 될 수 있다. 만약 당신이 주택관련 채무를 지고 있다면 당장 채무에 대한 상황능력을 재점검하고 최악의 경우에 대비한 컨티전시 플랜(위험에 대한 행동계획)을 세워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부동산 투자는 완전하게 끝났는가? 사실 그렇지는 않다. 아직은 임대용 부동산, 특히 사무용 부동산은 수요공급상 한 발짝 물러나 있다. 하지만 그것도 1~2년간일 뿐이다. 지금 공실률이 높다고 해서 사무용 부동산에 투자한다는 것은 미래의 불행이 될 수 있다. 그 점을 이해하기 위해 다음의 자료를 보자,

국토해양부는 지난 9월15일 ‘서울과 6개 광역시에 소재한 업무용 빌딩 500동과 상가 1000동의 작년 하반기 투자수익률을 분석한 결과 각각 5.00%, 4.48%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이는 전년 동기에 비해 각각 0.14%P, 0.09%P 오른 것이다. 업무용 빌딩의 지역별 투자수익률은 서울이 6.10%로 울산(4.05%), 인천(3.15%), 부산(2.575%), 대구(2.48%), 대전(2.28%), 광주(1.22%) 등과는 차이가 컸다. 서울에서도 여의도, 마포가 6.74%로 월등히 높았다. 상업용 역시 서울이 5.34%로 3~4%대에 머무른 다른 지역과는 차이가 났다. 국토부는 “업무용 빌딩은 단기적인 공급부족과 제조업에서 서비스업 중심으로의 산업구조 개편, 근무환경 개선에 따른 1인당 면적 증가 등으로 인해 향후 2~3년간은 공실률이 떨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기에서 보듯 오피스 시장은 아직 여유가 있고 그래서 오피스 시장에 대한 투자가 급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특히 일부 자산운용사들은 오피스 빌딩 매입에 열을 올리고, 심지어 중국이나 기타 지역의 오피스 빌딩 투자에도 나서고 있는 현실이다. 물론 그 돈은 모두 고객의 돈이다. 그들이 이처럼 오피스에 주목하는 이유는 향후 우리나라 산업구조가 금융 등의 3차 서비스산업으로 바뀌어 그만큼 오피스 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물론 말은 맞다. 하지만 ‘그 말이 맞다’는 뜻이 오피스가 현재의 투자대상이라는 의미는 절대 아니다. 이런 이유로 약 5년 전 오피스에 대한 투자결정을 했다면 그것은 미래를 바라본 통찰이라고 할 수 있지만 같은 이유로 지금 투자해야 한다고 말한다면 이는 단견이다. 오히려 지금부터 2009년 말, 늦어도 2010년까지는 오피스 빌딩 투자에서 손을 떼야 할 시점이다.

한 증권사 직원들이 수직 낙하하는 주가그래프를 가리키고 있다.

오피스 ‘수급 폭탄’ 떨어진다

왜 그럴까. 이유는 당연히 공급의 문제다. 현재 서울 시내 지상 10층 이상, 연면적 6600㎡ 이상 오피스 빌딩을 기준으로 오는 2010년까지의 공급 면적은 매년 평균 113만5200여 ㎡에 달하는데 이는 지난 2001~2006년에 공급된 평균 66만㎡의 1.5배에 달하는 수치다. 특히 올해는 삼성타운 38만9070㎡를 포함한 148만1660㎡ 35개동이 공급되며, 2008년 59만7900㎡ 11개동, 2009년 66만9900㎡ 8개동, 2010년 179만7401㎡ 10개동이 새롭게 준공될 예정이다 내년과 내후년의 공급량은 지난 6년간의 평균치에 못 미치지만, 오는 2010년에는 178만㎡가 대거 공급된다(신영에셋 자료).

이 자료에 보듯 사무실 공실률의 정점은 내년 말이며 기대심리에 따른 임대수익이나 오피스 빌딩의 투자수익도 내년이 고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 특히 나아가 오는 2012년에는 초고층, 초대형 빌딩의 잇따른 준공으로 오피스 빌딩의 공급 과잉 현상도 초래될 수 있다. 잠실 제2롯데월드와 용산 철도기지창의 140층 초고층 빌딩, 상암 DMC, 여의도 국제금융센터 등 초대형 오피스 빌딩의 준공 러시가 이어지는 데다, 수도권 곳곳에서도 대량의 공급 계획이 잡혀 있기 때문이다. 또한 2012~2014년에 판교업무단지에 231만㎡, 광교테크노밸리에서 165만㎡, 화성 동탄과 기흥에서 132만~165만㎡, 송도국제도시와 청라·운북지구에서 99만~132만㎡ 의 오피스 공급 계획이 이미 수립돼 있다. 거기에 최근 구로구가 초고층 빌딩의 사업승인을 받은 데 이어, 중구가 세운상가의 초고층 업무단지를 추진하는 등 서울과 수도권 지자체의 초고층 빌딩 공급이 줄을 잇고 있다.

눈대중으로는 짐작도 되지 않는 물량이다. 현재 적정 공실률을 기준으로 한 사무실 부족분이 330만㎡ 수준이라고 보았을 때, 이는 거의 오피스 ‘수급 폭탄’이라고 할 만한 수준이다. 더욱이 이 통계에는 10층 이하, 연면적 6600㎡ 이하의 오피스 빌딩은 집계에 넣지 않은 계산인데도 그렇다. 결국 이는 현재의 오피스 구매와 임대 패턴이 1등급 빌딩을 얻지 못하면 2급으로, 3급으로, 다시 4급이나 오피스텔로 내려가는 구조에서 앞으로는 점차 같은 가격에 상급의 오피스를 얻을 수 있는 형태로 바뀐다는 의미가 되고, 이 경우 가장 타격을 입는 것은 10층 이하의 작은 오피스 빌딩들과 오피스텔 같은 소규모 오피스 공간들이다. 물론 이후 이런 양상이 점차 상위로 확대되면서 전체 오피스 빌딩 시장이 타격을 입을 수 있음은 말할 나위도 없다.

이런 점에서 최근 자산운용사들의 과도한 빌딩 투자는 그리 머지않아 제2의 문제를 유발하게 될지도 모른다. 오피스 투자에서 이익 실현의 시점이 서서히 다가오고 있다. 물론 필자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현재 다른 자산에 비해 국내 부동산 리츠에 관심을 둘 것을 말해왔고, 실제 리츠에 투자하면 2010년까지는 충분히 수익률을 올릴 수 있는 구조라고 말해왔다. 하지만 개인 투자자와 운용사의 입장은 다르다. 최근 오피스 시장에 뛰어드는 운용사들이나 사모펀드의 투자 규모가 지나치게 크고, 예상 수준 이상의 투자를 감행하는 조짐이 보인다. 결국 현명한 투자자는 환매하고 나오면 그만이지만, 그때쯤 뒤늦게 뛰어들 투자자들과 2010~2011년 이후 운용사들의 평가손을 주의해야 한다.

결론은 이렇다. 부동산의 경우 거주용 부동산은 이미 대세하락이 시작됐고, 업무용 빌딩 투자는 2010년까지가 한계라는 뜻이다. 물론 사람에 따라서는 특별한 개발지를 포착할 안목을 가질 수 있으나 그것은 일반화할 수 없는 특별한 경우다.



현금을 지켜라!

마지막으로 현금을 가진 사람이 남았다. 그들은 지금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한 답변은 한마디로 정리된다. ‘돈을 지켜라’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돈을 지키기가 쉽지 않다는 점이다. 현금을 들고 있으면 인플레로 돈 가치가 줄어들고 정기예금에 가입하면 인플레에 비해 금리가 낮아 이자소득세를 물고 나면 남는 게 없다. 주식투자는 아직 위험하고, 부동산은 하락세며, 그나마 자산방어에 유리한 금은 변동성이 커서 많은 금액을 투자하기에 위험하다.

답은 MMF(머니마켓펀드)다. MMF는 만기가 코앞에 다가온 채권에 투자하기 때문에 신용리스크가 닥쳐도 비교적 안전하고 수익률은 늘 인플레이션 이상은 유지된다. 즉 MMF는 돈을 벌어줄 상품은 아니지만, 돈을 지켜주는 데는 최고의 상품이다. 그러니 지금은 MMF에 대기하고, 내년 초 이후 국내발 신용위기가 나타나서(물론 연착륙할 수도 있다) 시장에 불안감이 엄습하면, 그때 국내 주식형 펀드에 가입하는 게 현재로선 가장 나은 전략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