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교육비=좋은 직장?… 자녀가 잘하는 것 밀어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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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11.10.19 03:18

[내리막엔 감속해야 산다] <5> 남 따라하기 교육의 종언
비슷한 스펙 젊은이 쏟아져 쏠림 심해 안정적 직장 퇴색,교육에만 모두 투자했다가 노후준비 못하면 자녀에 부담
이것저것 실패도 경험시키며 10년후 유망직업 찾도록해야

열 살 난 딸을 둔 민수영씨(34)는 요즘 친정에 들르면 "나 어렸을 때도 이렇게 돈이 많이 들었느냐"고 하소연하는 게 입버릇이 됐다. 그녀가 딸을 위해 한 달 쓰는 돈이 230만원. 강남에 집이 있는 그녀는 대기업 대리이고, 남편은 회계사다. 소득이 우리나라 상위 5%에 들지만, 저축은 거의 못한다.

"학교를 마치고도 매일 두세 군데 학원을 '순례'하는 아이를 보면 안쓰럽다. 이렇게 해도 겨우 또래랑 비슷한 성적을 유지한다. 어른이 될 때까지 얼마나 아이가 힘들지 걱정"이라는 게 민씨의 얘기다.

◇교육비 지나치게 높아

감속시대에 민씨 부부처럼 자녀 교육에 대해 '미투(me too)'형 올인 전략을 펴는 것은 위험할 뿐만 아니라 성공할 가능성도 적다.

과거처럼 자녀가 부모의 노후를 책임진다는 개념이 퇴색된 상태에서, 성인의 기대수명은 빠른 속도로 늘어나고 있다. 위 사례의 주부 민씨의 경우 앞으로도 50년 이상 더 살 준비를 해야 한다. 직장에서 정년을 채운다 해도 최소 30년간의 생활비를 마련해 놓아야 하는 것이다. 감속시대에 각종 자산의 투자수익률이 급격히 낮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교육비에 올인해선 본인 노후 자금을 마련하기가 버거울 수밖에 없다. 전현진 신한금융투자 팀장은 "퇴직 때까지 자녀 양육에 올인하다가 나중에 자녀에게 얹혀살아야 하는 처지가 되면 자녀들이 좋아할지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더구나 "높은 교육비 부담이 좋은 직장과 높은 월급으로 연결된다"는 성장시대의 공식이 감속시대에는 갈수록 통하지 않는다.

내년에 국내 유명 대학 로스쿨을 졸업하는 이민수씨(28)는 최근 유명 로펌에 스카우트돼 계약금으로 2000만원을 받았다. 큰돈이지만, 불과 5년 전 대형 로펌의 신입 변호사 계약금이 1억~2억원에 달하던 것과 비교하면 크게 떨어진 것이다.

의사도 성형외과나 치과, 한의대 같은 인기 전공에만 몰리다 보니 개업 후 경쟁이 과열돼 도산하는 경우가 속출하고 있다. 7년 전 부산에서 한의대를 마치고 강남에 미용 전문 한의원을 차렸던 최수진씨(35)는 전 재산을 투자해 창업했던 병원 문을 얼마 전에 닫았다.

이러다 보니 요즘 청년들은 화려한 직업보다 공무원이나 공기업 직원, 교사 같은 안정적인 직업으로 몰린다. 하지만 '철밥통' 직장이 10년, 20년 뒤에도 안정적이란 보장은 전혀 없다. 고용부·교과부·외교통상부 등 일부 중앙부처와 인천·창원·울산 등 일부 지자체는 무능공무원 퇴출 제도를 도입했고, 정부는 2008년 말 17만5000명이던 공무원 숫자를 2012년 말 15만3000명으로 13% 줄이는 안을 추진 중이다.

◇교육, '미투전략'으론 미래 없다

베인앤컴퍼니는 감속시대엔 교육 전략도 달라져야 한다고 충고한다.

①오늘이 아닌 미래의 관점에서 유망 직업을 찾으라

해외 건설 현장을 감독하는 현장 소장은 과거 건설사 내부에서도 기피 직군이었다. 그러나 최근 플랜트 산업이 급속히 성장하면서 이미 은퇴한 현장 소장까지 억대 연봉으로 모셔오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한국직업능력개발원이 작년 말 전문가 272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보상을 기준으로 할 때 10년 후 최고 직종은 기업 고위 임원과 은행 프라이빗뱅커(PB)였다. 또 일자리가 많을 것으로 예상되는 직업으로는 간호사나 생명공학 연구원이 꼽혔다.

②자녀가 잘하는 것을 밀어줘라

전반적인 기회가 줄어드는 시대엔 '소 꼬리'보다 '닭 머리'가 좋은 선택일 수 있다. 작은 것 하나라도 내 아이가 남들보다 특출나게 잘하고 즐기는 것을 찾아 집중적으로 육성해야 한다. 가수 보아는 사립중학교에 수석으로 입학하고도 가수가 되기 위해 학교를 중퇴했다.

③'똑똑한 실패'를 통해 가르쳐라

감속시대엔 한 번 실패해도 큰 격차가 벌어지지 않는다. 자녀가 이것저것 시도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도록 하라. 스티브 잡스의 성공 뒤에는 많은 훌륭한 실패가 있었다.

☞ 감속 시대

2008년 글로벌 위기가 덮친 이후 대한민국 경제 전반의 발전속도가 둔화된 현상을 말한다. 2001~2007년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4.7%, 1인당 GDP 증가율은 9.8%를 기록했지만 2008년 이후 4년간(2008~2011년, 2011년은 추정치) 1인당 GDP 증가율은 평균 1.7%에 불과하다. 감속시대를 초래한 원인으로는 글로벌 금융위기, 급격한 노령화, 산업구조의 재편 등 세 가지 요인이 거론된다.

※ 감속 시대 시리즈 순서

①연 7%도 대박… 눈높이를 낮춰라
②U자형으로 바뀌는 소비 시장…최고급 만들거나 최저가 제품 만들라
③20대 “믿을 건 나뿐”… 일을 통해 배우고, 즐기게 하라
④성장률 높은 국가에 진출… 다른 속도에 올라타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