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부) 대륙속의 한국기업 ⑥ LG그룹 (하)
미투데이  트위터  페이스북
 

【톈진(중국)=윤휘종기자】 중국 베이징을 빠져나와 자동차로 두 시간여를 달려 도착한 톈진. 중국의 4대 공업도시 가운데 하나답게 각종 화물을 가득 실은 트럭과 컨테이너 차량이 분주하게 오가고 있었다. 8월의 무더위에 아스팔트 도로를 누비는 각종 자동차의 열기까지 뿜어져 도시는 후끈했다. 이곳 톈진에서도 가장 많은 화물을 내보내는 곳이 바로 LG전자 톈진법인이다. 기자가 찾은 지난달 14일 LG전자 톈진법인 에어컨 생산라인에서는 휴식을 알리는 벨이 울리자 수백명의 근로자가 작업장 옆에 있는 휴게소에서 회사가 지급하는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즐겁게 담소를 나누고 있었다.

■전 세계에 ‘LG 에어컨’을 알리는 전도사

LG전자는 에어컨으로 전 세계에서 이름을 떨치고 있다. ‘세계 곳곳에 LG전자는 없어도 LG 에어컨은 있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전 세계에서 LG를 알리는 데 크게 기여한 에어컨의 대부분이 바로 이곳 톈진법인에서 생산된다.

LG전자 톈진법인은 총 73만㎡(22만평)가량의 대지에 건물 면적만 40만㎡에 이르는 거대한 규모를 자랑한다. 톈진법인에는 에어컨을 비롯해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의 완제품과 에어컨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와 전자레인지의 핵심 부품인 마그네트론 등이 생산된다. 에어컨 생산라인에서는 단품을 비롯해 상용 공조기기(시스템에어컨)가 조립되고 있다. 12개의 전자레인지 생산라인과 마그네트론 생산라인도 바쁘게 가동되고 있다.

생산된 에어컨·전자레인지 중 90%는 수출로 전 세계에 퍼져나가고 나머지 10%가 중국 내수용으로 공급되고 있다. 1996년에 42%의 매출 성장률을 기록한 이후 2000년대 말까지 급성장했으나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매출이 26% 감소하는 위기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올해는 다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인 14억달러 매출에 도전하기 위해 전 임직원이 비지땀을 흘리고 있었다.

■중국에서 뿌리 내린 성공사례, 톈진법인

톈진법인은 LG전자와 톈진시가 각각 80대 20으로 자본금 1억5000만달러를 들여 설립한 주요 대기업 가운데 하나다. 북방 지역 가전업체 가운데 가장 많은 6500여명의 중국인을 고용하고 있다. 한국에서 파견된 57명이 공장장 및 본사와 연락을 취하는 일부 협력부서 업무를 맡고 있을 뿐 6500여명의 현지 중국인이 일선 그룹장 등 요직을 맡아 생산라인과 공장 곳곳에서 톈진법인을 움직이고 있다.

이 같은 현지화는 이미 지난해에 완성됐다. 톈진법인 법인장을 맡고 있는 박재현 상무는 “100% 현지인 시스템을 완성했을 뿐 아니라 톈진시 내에서 성실 세금납부 2위를 기록할 정도로 지역 기반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기업으로 자리를 잡았다”고 소개했다.

톈진법인 직원은 대부분 중국 현지인인 만큼 노동조합(중국에서는 공회라고 함)도 한국인들의 간섭 없이 현지인들이 자율적으로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중국의 공회는 우리나라 노조와 달리 회사의 이익을 우선시하며 회사에 도움이 되는 사회공헌활동 전개에 관심이 많은 것이 특징이다. 경영진도 이처럼 우리나라 노사관계와 다른 문화적 차이를 발전시키기 위해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실제 LG전자 톈진법인은 공회가 참여한 가운데 사회공헌활동의 하나로 희망소학교를 3군데 건립했으며 쓰촨성 대지진이나 홍수 등이 발생하면 본사와 별도로 톈진법인 자체적으로 1억달러 내외의 기금을 기부해 오고 있다.

■수출 전진기지에서 중국 내수공략의 ‘첨병’으로

전 세계적으로 에어컨 시장은 포화상태가 되고 있다. 중국의 경우 LG전자뿐 아니라 글로벌 가전업체들과 현지 업체들이 난립해 그야말로 ‘밑지고 장사한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LG전자는 이 같은 상황을 뚫고 나갈 해답으로 ‘퍼스트 & 베스트’ 전략을 찾았다. 에어컨 시장의 경우 LG전자는 상용 공조기기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일명 시스템에어컨으로도 불리는 상용 공조기기는 대형 빌딩이나 아파트에 개별 에어컨을 판매하는 것이 아니라 중앙에서 제어가 가능한 냉방을 제공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에어컨 기술의 노하우를 보유한 LG전자가 타 업체와 차별화를 꾀할 유일한 방법이기도 하다.

마침 중국 경제상황과도 맞아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가격이 폭락할 것이란 우려가 있긴 하지만 중국에서는 아파트를 비롯한 대형 건물이 속속 들어서고 있다. 이 건물에 필요한 것이 바로 상용 공조기기 제품군이다.

이 같은 사업을 통해 LG전자 톈진법인은 올해 14억달러의 매출을 달성한 뒤 연평균 28%의 성장률을 기록, 오는 2015년에는 48억달러의 매출달성에 도전한다는 계획이다.

박재현 상무는 “중국의 내수성장에 대처하기 위해 내수 중심으로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며 “최근에는 중국에서도 친환경 이슈가 중요해지면서 중국 정부가 에너지효율성이 높은 제품을 구매하라며 LG전자 에어컨에 혜택을 제공하고 있어 매출목표 달성에 자신이 있다”고 말했다.

/yhj@fnnews.com

■사진설명=LG전자 중국 톈진법인에서는 에어컨을 비롯해 전자레인지, 청소기 등의 완제품과 에어컨 핵심 부품인 컴프레서와 전자레인지의 핵심 부품인 마그네트론 등이 생산된다. 톈진법인의 근로자들이 생산라인에서 에어컨 부품을 제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