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재자: 시골의사 박경철 ^^  

    

“보험금 지급액의 총액은 절대 보험금 납입액을 넘지 않는다”

(註: 전체 계약자가 납입한 총보험료와 전체 계약자에게 지급하는 총보험금 기준)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이 보험상품의 급격한 증가를 불러온다. 명심해야 할 것은 보험상품은 절대 투자상품이 아니라는 것. 재테크는 항상 목적을 명확히 해야 한다. 위험을 회피하려면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상품을 골라 가입하고, 목적이 자산 증식이라면 목적에 맞는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이 목적을 혼동하는 순간 재테크의 길은 혼란에 빠지게 된다.

  

  

고도성장의 결과, 우리나라 금융자산은 예금 위주

  

우리나라의 금융자산은 1천2백~1천4백조 수준이고, 이 중에서 절대액의 50%는 예금이다. 그리고 30%는 채권으로, 10%는 보험으로 약 9%는 주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또 주식시장의 시가 총액은 약 7백조이고, 그중에서 주가가 급상승한 2005년의 주식시장으로 유입된 유동성 금액은 약 20조 내외 수준이다. 그러나 미국의 경우를 살펴보면 60%가 주식으로, 나머지 40%가 예금이나 보험 등으로 구성되어 있다. OECD 기준으로는 대개 5:5 수준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것을 보면 과연 어느 쪽이 옳다고 볼 수 있는가? 우리나라가 이렇게 예금 위주의 자산으로 편성된 이유는 앞서 설명한 대로 고도성장기의 당연한 결과다. 지금 미국의 저축률은 -1% 수준이고, 중국은 35% 수준이라는 점을 살펴보아도 고도성장기에 예금 사이드의 자산 편중은 필수적이다.

  

이것은 먼저 국가가 선택하고 유도한 결과이기도 하다. 산업형성기에 필요한 자금은 가능한 모든 국내 유동성을 모아 대출자원으로 활용함으로써 가능하다. 다시 말해 기업이 벌어들인 이익의 일부는 노동자의 급여로 지출되고, 지출된 급여는 다시 금리의 형태로 은행에 모아졌다가 새로운 기업 활동을 위해 재투자된다. 이때 기업은 확장에 대한 욕망이 불가사리처럼 꿈틀거리는 시기이므로 수익성이나 금리 부담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지금 우리나라는 절대적 기준으로 보면 분명히 과거보다 부자가 되었다. 하지만 미래의 성장이 불확실해지고 현재보다 미래의 안정성이 위협받는 환경에서는 저축의 유용성이 크게 떨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기업은 수판을 튕기게 되고 갈 곳을 찾지 못한 잉여유동성은 증가하게 된다.

  

개인은 미래를 담보하기 위해서 위험을 감수하고 더 나은 투자 수익률을 올려야 한다. 이것은 곧 은행에서 보장하는(인플레 수준+이자소득세) 수준의 금리로는 미래를 담보할 수 없다는 불안감이 지배하게 된다. 종전의 자산이 예금 등의 수단으로 지키기에 급급한 수준이라면 급여가 지속적으로 인상되거나 혹은 일자리의 안정성이라도 보장되어야 미래에 대한 보장이 이루어지는데, 이 경우에는 미래에 대한 불안이 증폭된다.

  

  

보험은 미국 흑인 수십 명의 상조에서 시작

  

그래서 개인은 은행을 떠나게 된다. 그런 측면에서 개인은 두 가지 선택을 하게 된다. 먼저 위험에 대한 헤지(hedge, 울타리, 방지책)를 위해 보험 비중이 급증하게 된다. 이것은 오래 살 위험과 빨리 죽을 위험이라는 고전적 개념에 대한 보장이라는 일차적 매력을 가지고 있다. 이 외에도 은행 금리에 만족하지 못한 투자자들의 위험 감수 성향과 위험을 회피하려는 심리가 교묘하게 결합된 보험상품의 급격한 확대를 불러오기 때문이다.

  

보험사는 위험 논리를 전파한다. 은퇴 후에 필요한 자금을 부풀리고, 40대에 요절한 가장의 유족이 가입 1년 만에 받게 된 수억원의 보험금에 대한 신화를 포장한다. 보험사는 당신의 미래 기대 연령을 지속적으로 높인다. 만약 당신이 1백~ 1백20세를 살 수만 있다면 종신연금으로 타게 될 당신의 총 보험금이 당신의 입금액에 비해 얼마나 많은 금액인지를, 그것이 투자 수익률 측면에서는 얼마나 탁월한 투자 수단인지를 노트북에 그래프를 그려 비주얼로 보여준다.

  

이 세상 누가 오래 살기를 거부하겠는가? 더구나 현재 기대 수명 75세로 설정된 상품이 당신이 죽을 무렵 바이오산업의 발달로 기대 수명 90이나 1백세로 증가한다면 당신은 가만히 않아서 얼마나 큰 이익을 보게 될 것인지를 꿈꾸게 된다. 더구나 거기에다 직접 투자하기에는 두려운 주식형 상품이나 기타 공격적인 상품을 운용해서 수익률이 더 높아진다면 당신은 보험이 더 이상 안전보장이 아닌 공격적 투자상품이라는 사실을 믿어 의심치 않게 할 것이다.

  

그러나 우리가 한 가지 간과한 것이 있다. 부자는 절대 보험에 가입하지 않는다. 당신이 부자인지 아닌지를 알 수 있는 가장 확실한 기준은 바로 보험에 대한 생각이다. 당신이 부자라면 보험이라는 상품은 기본적으로 불필요하다. 내가 당장 죽더라도 유족을 걱정하지 않을 것이라는 판단은 당신이 지금 부자라는 것을 의미한다. 또 당신이 미래에 1백 세까지 살고 중간에 암에 걸려도 스스로의 힘으로 충분히 해결할 수 있다면 당신은 부자다.

  

보험은 미국에서 흑인 수십 명이 시작한 상조에서 출발한 것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그것은 결혼식장이나 장례식장의 부조와 같은 것이지 투자상품이 아니다. 보험사는 당신이 납입한 보험료에서 기본적으로 보장성을 확보하기 위한 사업자금을 제외하고 나머지를 투자한다.

  

그것은 당신이 보험을 어떻게 봐야 할 것인지에 대한 답을 제시한다. 보험이란 주식시장의 선물옵션처럼 위험을 헤지하기 위한 헤지 수단일 뿐 투자 수단이 아니다. 위험에 대한 헤지는 문자 그대로 불가측한 위험에 대한 최소한의 준비일 뿐 그것이 당신의 잉여자산 대부분을 투자할 상품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럼에도 지금과 같은 불확실성의 시대에는 위험이 부풀려지고 보험산업은 급팽창한다.

  

그리고 당신이 위험하다고 생각하는 만큼 보험이라는 형태의 금융자산의 비중이 커진다. 당신은 뉴스에서 연일 들리는 40대 사망률 세계 최고, 혹은 어느 개그맨의 슬픈 죽음 같은 뉴스에 자극받게 된다. 그러나 지금 당신은 이웃집의 누군가가 로또에 당첨되었다고 해서 당신도 로또를 사러 달려가는 것과 같은 치명적인 오류를 범하고 있는 것이다.

  

  

보험사는 보험료 이상의 돈을 돌려주지 않아

  

보험은 기본적으로 소비재이며 비용이다. 보험이란 현재 당신의 수준에서 감당하는 리스크에 따라 가격이 매겨지는 상품이므로 당신은 보험에 가입한 이후에 가장 많은 지출을 하고 이후부터 시간이 흐르면 흐를수록 그 상품의 가치를 조금씩 돌려받는다.

  

또 당신이 보험에 가입한 시점은 당신의 보험금 납입 기간 중 가장 위험도가 낮은 시기이다. 그래서 당신이 낸 보험료는 처음에는 손실구조를 가지고 시간이 흐르면 손익분기점에 이르게 된다. 하지만 그것은 사실 당신의 납입 보험료와 리스크 가치가 증가한 탓이다. 이것을 잘 생각해보면 보험이란 미묘한 상품이다.

  

당신의 총 리스크는 절대 당신이 보험금을 탈 수 있는 기대 수익률을 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보험사는 당신이 낸 보험료 이상의 돈을 당신에게 돌려주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나 우리는 보험이라는 상품에 대해 지나치게 관대하다. 강원랜드에서 카지노를 할 때 기대 수익률은 50% 이하다. 이 때문에 강원랜드에서 카지노를 하는 한 당신은 언젠가 빈털털이가 될 수밖에 없다. 때문에 카지노에서 돈을 벌 확률은 단 한 가지다. 당신이 카지노에서 사용할 금액을 미리 확정하고 그 돈을 잃으면 깨끗하게 일어서서 위험을 고정하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것을 잘 알고 있다, 카지노에서 돈을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기 때문에 대부분의 건강한 사고를 가진 사람들은 카지노에 발길을 들이지 않는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 수익의 환상에 속은 일단의 사람들은 그곳에 자동차와 집을 날리고 결국에는 목을 매기까지 한다.

  

이것을 뒤집어보면 보험 역시 그러하다. 보험금 지급액의 총액은 절대 보험금 납입액(운용수익 포함)을 넘지 않는다. 사실은 턱없이 적다. 그렇지만 우리는 보험에 가입한다. 이것은 진실이라는 측면에서는 대단히 아이러니하다. 하지만 보험은 필요하다. 그것은 당신이 비록 확률은 낮지만 만약의 경우 당신에게 낮은 확률의 불행이 닥쳤을 때 그 불행의 크기는 카지노에서 20배의 잭팟을 터뜨리는 것만큼이나 감당하기 어려운 것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카지노에서 대박을 기대하는 심리와 보험에서 위험을 보장하려는 심리는 극과 극이지만 일맥상통하는 것이다. 이렇게 보험은 위험을 헤지하는 순기능을 가지고 있고,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최소한의 비용을 소비함으로써 위험 보장이라는 복권을 사는 소비재인 것이다.

  

항상 목적을 명확히 하라. 위험을 회피하려는 헤지라면 당신은 그 목적에 부합하는 보험 상품을 골라 가입하고, 그 목적이 자산 증식이라면 당신은 그 목적에 맞는 투자 상품을 선택하는 것이 옳다. 당신이 이 목적을 혼동하는 순간 재테크의 길은 혼란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또 보험에 관해서 생각해야 할 두 번째 과제가 있다. 그것을 의식하던 안 하던 당신이 보험료으로 납입하는 자금만큼 당신의 기타 자산에 대한 투자 여력은 감소한다. 예를 들어 당신이 현재 주택을 살 때 월 1백만원의 모기지론 이자를 감당할 수준만큼의 주택을 구매할 수 있다면, 당신이 지금 보험에 50만원의 자금을 투입하는 순간 당신의 부동산 투자 여력은 월 50만원의 이자를 감당하는 수준의 주택으로 줄어든다. 이것은 사회 전체의 투자 자산의 재배분을 초래한다.

  

  

민간 보험은 안전하다는 생각을 버려야

  

이번에는 당신이 들고 있는 두 번째 보험 상품인 국민연금을 살펴보자. 비록 이것은 현재 미래가 위험하지만 그 점에서는 민간 보험 역시 그리 안전하지는 않다. 국민연금의 고갈은 기본적으로 국민연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피라미드 상품이기 때문이다. 우선 가입자들이 늘어나는 동안 가입자들로부터 받은 돈으로 흑자를 누리지만, 그 가입자들이 정작 수혜를 입어야 할 순간에 가입자들이 감소한다면 그 회사는 부도 상태에 이르게 된다.

  

그런데 왜 우리는 민간 보험은 안전 상품으로 인식하면서 국민연금을 불안하게 생각할까? 더구나 민간 보험은 보험사 자체의 경비와 다단계의 판매 수수료를 감안할 때 유지운용의 비용이 많이 들고, 국가가 운용하는 국민연금은 그런 부대비용이 현저하게 낮은데도 말이다. 더구나 민간 보험의 위험성은 지나치게 낮게 평가되어 있다.

  

기업이란 업황이 좋으면 방만한 경영을 한다. 연금보험과 종신보험, 그리고 위험에 대한 두려움들로 보험시장이 급팽창하면서 보험사들은 지급 여력에 대한 위험을 간과하고 있다. 지금처럼 물밀듯이 밀려드는 자금이 어느 수준에서 정체에 이르고 현재 30~40대 연령층이 납입을 끝내는 시점이 오면 보험사로 유입되는 납입금액은 급격히 감소하게 된다. 물론 그 순간부터 지급액은 눈덩이처럼 커질 것이다.

  

이때를 대비해서 보험사들은 사업비를 제외한 납입 보험료를 운용해 일정 수준의 수익률을 내도록 설계하고 있다. 하지만 IMF와 같은 고금리 환경에서 가입했던 보험에 대해 보험사들이 어떻게 처리했는지를 잊지 말자. 만약 미래의 어느 시점에 자산시장에 변동이 일어나고 시장이 급변할 경우 보험사의 운용에 문제가 생기면 이때는 어떤 일이 일어날 것인지를 잘 고민해봐야 한다.

  

예를 들어 지금 보험 판매를 많이 하고 있는 대형 보험사가 회사 자체의 위기로 인해 보험 가입자가 급감하는 경우, 또 특정 보험사가 자산 운용에서 실패하는 경우, 우리나라 자산시장의 가치가 하락하는 경우 등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지만 민간 보험은 아무도 이것을 보장하지 않는다.

  

물론 회사마다 정부의 감독 비율이 있고 자산건전성을 살피는 제도가 있다. 하지만 과거 은행이 망할 것이라고 예상했던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그렇지만 은행이 망했듯이 보험사 역시 예측 불가능한 리스크는 항상 안고 있다. 때문에 당신이 위험 자산으로 생각하는 국민연금보다 민간 보험이 훨씬 큰 위험 자산이다.

  

사실 인식의 오류는 누구나 알다시피 국민연금의 설계의 잘못이다. 국민연금은 보험료를 제때 납부할 경우 생애 연소득의 60%(연봉 4천만원 이상의 경우 40%, 6천만원 이상의 경우 30%)를 받을 수 있다. 연금 지급액은 매년 소비자 물가를 감안해 지급 기준의 화폐가치로 지급하고 또 국가가 연금의 지급을 보장하는 특이한 보험 상품이다. 더구나 본인이 연금을 받다가 사망할 경우 배우자가 받거나 경우에 따라 다른 유족이 받을 수도 있다(18세 미만 자녀 혹은 2급 장애인의 경우).

  

그렇게 보면 연금은 현재 기준으로 볼 때 그 어떤 보험 상품과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수익성이 높은 상품이다. 어떤 의미에서는 당신의 재테크에서 중요한 축을 감당할 수 있는 좋은 투자 수단이기도 하다. 그러나 설계당시 이러한 좋은 점만을 기준으로 설계한 것이 문제다. 마치 다단계 상품처럼 현재의 인구 산업구조상 유입되는 자금만 생각한 것이지 불과 20년 후를 상정하지 않은 상품이다, 그러나 연금은 이렇게 과도하게 설계한 기능을 수정하고 보완하더라도 결국 국가가 존속하는 한 유지될 것이며, 그것의 기능 역시 우리가 생각하는 것처럼 고갈에 이르게 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렇다면 현재 연금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을 무엇일까? 바로 수익률을 늘리는 것이다. 연기금의 수익률이 연 3%만 증가하면 연금 고갈은 수십 년이 늦춰지고, 5%가 증가하면 오히려 연금액이 증가할 수도 있다. 이런 치명적 유혹은 현재와 같은 연기금의 안정성이라는 논리가 지나치게 감상적이라는 유혹으로 다가올 것이다. 따라서 연기금은 필연적으로 리스크를 더 감당하면서 수익을 더 내는 쪽으로 가닥을 잡아나갈 것이다. 물론 그 결과에 따라 국가적 재앙이 있을 수 있지만 역사 발전을 믿는다면 하늘이 무너질까 지레 걱정은 하지말자.

  

별개의 이야기지만, 민간 보험의 보험은 임의적이지만 국민연금은 강제적이다. 이왕 강제적으로 가입하는 것이라면 기분 좋게 가입하자. 국민연금은 당신에게 가장 좋은 투자 수단이다. 다만 당신의 연봉이 6천만원을 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