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대섭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 "쉼터·놀이터·일터 공존하는 곳에 투자하라"

입력:2012-03-11 14:33 / 수정:2012-03-12 1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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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쉼터, 놀이터, 일터가 함께 있는 지역에 투자해야 부동산 투자의 불확실성을 줄일 수 있습니다. 이 세 가지 조건이 주관적 판단을 그나마 객관화할 수 있는 ‘툴’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장대섭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51)는 부동산을 객관적으로 볼 수 있는 힘이 있어야 투자에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매도자는 이제 값이 오르기 힘들다고 판단해 부동산을 팔고, 매수자는 반대로 생각하면서 구입하기 때문에 둘 중 하나는 틀릴 가능성이 높다. 틀린 판단을 하지 않기 위해서는 주관적인 생각에 휘둘리지 말아야 한다. ‘쉼터·놀이터·일터’ 등 세 가지를 객관적 판단의 기준으로 삼아야 한다는 게 장 교수의 조언이다.

◆쉼터·놀이터·일터 공존하는 곳 유망

장 교수는 감정평가사 출신이다. 전주상고를 졸업하고 농협과 일반회사에서 3년을 일한 그는 ‘고졸 출신’이라는 딱지가 싫어 세종대 경영학과에 입학했다. 군 입대와 가정사 때문에 1992년 뒤늦게 감정평가사가 됐고 2005년 명지대 부동산대학원 교수로 부임했다. 그는 감정평가사를 ‘일반인이 주관적 입장에서 내리는 가치를 객관화하는 직업’이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쉼터, 놀이터, 일터가 얼마나 잘 갖춰져 있는지를 투자 기준으로 삼으라고 했다.

쉼터는 말 그대로 주거환경이 얼마나 쾌적한지를 말한다. 그러나 주거지로서 쾌적하더라도 놀이터와 일터가 멀면 가치가 높을 수 없다. 장 교수는 “20억원씩 하는 타운하우스가 대부분 실패하는 것도 정말 쾌적하지만 ‘쉼터’만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놀이터가 잘 갖춰진 타운하우스는 성공하는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놀이터는 긍정적 놀이터와 부정적 놀이터로 나뉜다. 백화점 미술관 공원 등과 같은 긍정적 놀이터는 부동산 가치를 올리고 술집과 사행성 시설 등 부정적 놀이터는 반대다. 장 교수는 “송도와 부산이 현재 분양 성적이 정반대인 것도 놀이터의 차이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송도는 백화점, 영화관 등의 놀이터가 없지만 부산은 대도시답게 대형 백화점과 영화관 박물관 등이 있다는 것이다.

일터는 직장과 학교 등과의 근접성이다. 그는 “직장과 주거지가 분리된 현대사회에서 이 거리가 멀수록 시간과 비용이 많이 든다”며 “직주 간 거리가 짧을수록 부동산 가치가 높은 것은 당연한 이치”라고 설명했다.

◆“강남 불패”

장 교수는 쉼터·놀이터·일터가 공존하는 지역으로 강남을 꼽았다. 그는 이를 뉴욕의 부동산 가격이 왜 비싼지에 빗대 설명했다. 세계적인 놀이터와 일터가 들어서 있는 데다 전 세계인들이 뉴욕 입성의 꿈을 꾸고 있어 가치가 높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그는 “더욱 많은 노력이 필요하지만 서울도 이제는 아시아의 뉴욕으로 변하고 있다”고 말했다. 아시아인이 서울을 찾는 것도 세계인이 뉴욕을 찾는 것과 비슷한 이치라는 얘기다.

장 교수는 ‘강남불패론’도 이유가 있다고 했다. 뉴욕과 서울에서 범위를 더 좁혀보면 우리나라 사람들이 선망하는 곳은 강남이라는 것이다. 훌륭한 쉼터와 고급 놀이터, 질 좋은 일터가 모두 모여 있는 곳이 강남이어서 수요가 많고 가격은 높다는 설명이다.

장 교수는 “이런 세 가지 조건을 충족시키는 곳은 주관적 가치가 아닌 객관적 가치로 가격이 매겨진 곳”이라며 “이런 지역은 전체 경기가 하락하더라도 낙폭은 작고 회복 속도는 빠르다”고 말했다.

◆“세종시 투자 주의해야”

일터가 가까운 것이 부동산 투자의 1순위라고 할 수 있지만 다 같은 일터는 아니라고 장 교수는 강조했다. 공공기관과 일반기업을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는 공공기관보다는 일반기업이 있는 지역이 부동산 투자 측면에서 훨씬 낫다고 했다. 공공기관은 확장이 어려운 까닭이다. 그러나 일반기업은 다르다. 사업이 번성하면 고용과 투자가 늘면서 주변 환경도 살기 좋아진다.

장 교수는 이런 관점에서 현재 세종시 열풍은 거품일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우려했다. 그는 “현재 세종시에는 잠만 자려는 공무원들로 인해 원룸·투룸 등 소형 주택이 불티나게 팔리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공공기관이 ‘일터’의 역할을 못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따라서 세종시는 기업을 유치하려는 노력을 계속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첫 출발이 중요

장 교수는 사회 초년병 시절과 신혼 초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때 거주지에 대해 어떤 선택을 하느냐에 따라 재테크 성적표가 달라지는 까닭이다.

그는 쉼터·놀이터·일터가 함께 있는 지역에 진입하려는 노력을 게을리하지 말라고 조언했다. 부동산 가격이 급격히 올라갈 가능성이 적은 데다 주택 보급률이 100%를 넘은 상태여서 좋은 곳과 나쁜 곳의 차별화 현상이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높아서다.

“요즘같이 불확실성이 큰 시기일수록 쉼터, 놀이터, 일터가 공존하는 지역에 투자해야 손실을 볼 우려가 적어집니다. 살고 싶은 지역에 전세를 얻어 급매물 정보를 빨리 얻는 것도 방법입니다. 내집 마련이 어려운 시기이긴 하지만 모두 좋은 보금자리를 마련했으면 좋겠습니다.”

박한신 기자 hanshi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