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군중심리 실험

[실험 1] 사람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뒤, 정확히 72초가 지나서 눈을 뜨라고 한다. 그리고, 각자 자신이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몇 초가 흘렀다고 생각하는지 적어보라고 한다.

[실험 2] 사람들에게 눈을 감으라고 한 뒤, 정확히 72초가 지나서 눈을 뜨게 한다. 그리고 한 사람씩 일어나서 자신이 눈을 감고 있는 동안 몇 초가 흘렀다고 생각하는지 말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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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실험 1과 실험 2의 차이를 알겠나? 실험 1에서 사람들이 적은 숫자와 실험 2에서 사람들이 말한 숫자에는 어떤 차이가 있을까?

비슷한 실험을 해보면 알겠지만, 실험 1에서 사람들이 적은 숫자는 편차가 크게 나타난다.반면, 실험 2에서 사람들은 훨씬 비슷한 숫자를 대답한다. 실험 1에서는 30초라고 적은 사람부터 60초, 90초, 120초 등 매우 다양한 숫자를 적는 사람들이 나온다. 그러나, 실험 2에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비슷한 숫자를 말한다. 가령, 나는 90초 정도 지났다고 생각하지만, 다른 사람들이 모두 30초에서 60초 사이의 숫자를 이야기한다면, 당신은 처음 생각한 90초를 말하겠는가? 아니면 적당한 선에서 타협하겠나? 실험 2에서는 처음 말한 사람의 숫자를 다음 사람들이 어느 정도 따라가는 것을 볼 수 있다. 사람들의 군중심리가 만들어지는 것을 볼 수 있는 것이다.

군중심리의 막강한 힘에 대해서는 모두 공감할 것이다. 어떤 분위기가 생기면 개인은 군중에 파묻히고 만다. 사람들이 모이는 곳에는 보이지 않는 군중의 심리가 생성된다. 가령, 주식시장을 보면, 논리적인 분석과 합리적인 의사결정에 따라 투자가 이루어지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주가를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것은 군중심리다. 주가 그래프는 수학 그래프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군중의 심리변화를 나타낸 그림이다. 그래서 수치적인 분석도 중요하지만, 대중의 심리를 먼저 읽어야 하는 것이다. 벤처 열풍이 불 때 코스닥, 나스닥에서 사라진 돈은 어마어마했다. 지금 생각하면, <어떻게 그렇게 무모한 투자를 할 수 있단 말인가?>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그리고, 몇몇 사람들은 논리적으로 무모한 투자를 지적하기도 했다. 하지만, 군중의 심리를 이기지는 못했다. 오히려, 소심한 사람으로 취급 받았다.

군중심리를 생각할 때, 한가지 중요한 사실이 있다. 사람들은 군중심리를 많은 군중들의 평균 의견으로 받아들인다. 그러나, 사실은 그렇지 않다. 군중심리는 몇몇 주도자에 의해 만들어지고, 그들의 생각이 군중심리를 만든다. 이야기 1을 보라. 실험 2에서 사람들은 모두 비슷한 범위의 숫자를 말한다. 그럼, 그 범위는 어떻게 결정될까? 그것이 사람들이 생각한 평균적인 숫자일까? 아니다. 그것은 바로, 처음 몇 사람이 말한 의견이 반영되는 것이다. 처음 사람이 어떤 숫자를 말하느냐가 매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

심리학자들이 닻 효과(anchoring effect)라고 부르는 것이 있다. 처음 몇 사람이 닻을 내리면, 거기에 배가 정박하는 것이다. 이런 효과는 생각보다 많이 일어난다. 가령, 사람들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라.


터키의 인구는 얼마일까?

이 질문에 대해서는 이야기 1과 같이 처음 대답하는 몇 명의 사람들의 생각에 따라 군중심리가 형성되는 것을 볼 수 있다. 처음 이야기하는 몇 명이 닻을 내리면 많은 사람들의 배가 그 닻 주위에 정박한다. 또, 이렇게 질문을 두가지로 바꿔보라.

터키의 인구는 1000만 명 보다 많을까? 적을까? 그럼, 얼마쯤 될까?


터키의 인구는 7000만 명 보다 많을까? 적을까? 그럼, 얼마쯤 될까?

이 두가지 질문은 대답하는 사람에게 전혀 다른 숫자를 유도한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1천만 명보다 많다고 대답할 것이고, 그 대답은 1천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을 거다. 또, 두번째 질문에 대해서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7천만 명보다 적다고 대답할 것이고 그 숫자 역시 7천만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문제에서 제시되는 숫자들이 사람들의 생각을 구속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러한 닻의 효과를 이용하는 사람들도 있고, 그것에 이용당하는 사람들도 있다. 이러한 것을 나쁘게 이용하는 예를 여러 곳에서 찾을 수 있는데, 통계와 같은 곳에서 가끔 보이는 것이 대표적이다. 그래서 통계를 믿지 말라고 하고, 설문조사에서는 질문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는 것이다.

군중심리가 만들어지는 데에는 배를 매어놓는 닻과 같은 것이 존재한다는 것을 보았다. 대부분 첫번째 숫자나 첫인상, 처음 소식 등이 그런 역할을 한다.

사실, 개인에게는 첫인상이 가장 중요하다. 어떤 사람에 대한 대중의 평가는 그 사람의 첫인상에서 닻을 내리기가 쉽기 때문이다. 첫 인상은 잘생긴 외모만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선한 이미지, 열정적인 모습, 도전적인 자세, 첫인상은 단순한 외모 외에 더 많은 것을 보여준다.

첫 인상이 좋으면 그 사람은 다른 모든 것들이 좋을 것 같다는 평가를 받는다. 심리학자들은 이것을 후광효과(halo effect)라고 부른다. 후광효과는 간단히 말해, 얼굴이 잘생긴 사람은 일도 잘할 것이라는 인식을 갖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잘생긴 얼굴만이 후광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명문대 출신인 사람은 성실하고, 머리도 좋을 것이라는 편견과 같은 것이 바로 후광효과를 누리는 것이다. 출판사에 같은 내용의 원고를 보내도, 저자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원고의 질이 다르게 평가 받는다. 성공한 사업의 경력을 갖고 있는 사람은 전혀 다른 아이템의 사업이라도 나름대로 수완을 발휘할 것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경우에 따라서는, 바둑 하나를 매우 잘 두고, 당구 하나를 매우 잘 치는 것도 후광효과를 얻을 수 있다. 우리나라의 정치인들이 대부분 특정 몇 개 대학의 출신들이라는 것도 후광효과가 군중심리에 크게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당신에게 군중심리, 닻 효과, 후광효과를 적용해보라. 군중 심리는 정말 큰 힘을 발휘하기 때문에 당신은 대중적인 지지를 얻어야 한다. 적게는 당신이 함께하는 몇몇 사람들에게라도 지지를 얻어야 한다. 그러한 지지는 닻 효과에서 보듯, 아주 작은 부분에서 시작되는데, 그 시작점을 후광효과로 만들어보라.

결론적으로 당신이 갖고 있는 눈에 띄는 하나의 특징이 당신의 전체적인 평가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잘생긴 얼굴, 명문대 출신 만이 후광효과를 누리는 것은 아니다. 당신이 누릴 수 있는 후광효과는 당신이 찾아야 한다. 당신의 눈에 띄는 강점을 개발하여, 자신이 원하는 이미지를 만들고, 자신만의 브랜드를 구축하는 것과 같이 말이다.

후광효과는 대인관계에서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마치, 남녀관계에서 첫인상이 매우 큰 역할을 하듯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