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CM은 '(S) 서로 돈이 되는, (C)체인을, (M)만들자’라고 표현해도 무방하다

‘서로 돈이 되는 체인’을 만드는 데 자기회사의 납기준수와 재고감축 능력은 절대적인 필수조건이다. 내가 먼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서로’ 협력이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돈 버는’ 일이 가능하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기법에 현혹되지 말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경영자의 방향 설정은 다음 질문에서 출발한다. ‘SCM이 과연 어떻게 돈을 벌어 온단 말인가?’


:: 과연 돈이 되는가?

몇 해전, 아내는 나에게 보약을 먹어보라고 권유한 적이 있었다. 난 특별히 아픈데도 없는데 무슨 보약이냐고 시큰둥했더니, 보약이란 건강할 때 먹는 것이지 아프면 이미 늦은 것이라 말하면서 상당히 끈질기게 권유하였다. 그렇지만 난 결국 안 먹고 버티었다. 만만치 않은 약값에 비하여 효과를 확신할 수 없었기 때문이었다. 건강은 그저 골고루 식사하고, 규칙적으로 운동하며, 속 썩히는 일이 없으면 된다고 생각하였고, 사실 그 후로 지금까지 건강때문에 앓아 누운 적은 없다.

요즈음, 기업들이 권유받고 있는 ‘보약’들이 무척 많아졌다. 정보기술에 의해 기업환경이 글로벌화하면서 ‘세자리 알파벳 보약’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중에는 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와 SCM(Supply Chain Management)도 끼어 있다. ERP 열풍이 불기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고, 이제 ERP가 무슨 일을 하는지 알만 하니까, 그걸로는 부족하다, SCM이 추가로 도입되어야 한다는 말을 듣게 되었다. 경영자들, 특히 중소기업의 사장님들은 이로 인해 무척 혼란을 느끼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필자가 여기서 주장하려는 것은 무엇인가? 필자가 보약 물리친 것처럼 ERP와 SCM을 내동댕이치란 말인가? 그저 지금 하고 있는 일이나 충실히 하는 것이 더 낫다는 말인가?

앞의 질문들에 대한 답변은 잠시 뒤로 미루고, 우선 ERP와 SCM을 새로운 각도에서 조명해 보기로 하자. 같은 얼굴이라도 조명에 따라 달라 보이지만, 다른 면을 많이 볼수록 얼굴을 제대로 보는 것이니까…. 여기서 조명 각도는 ‘돈을 버는 것’에 맞추어져 있다. ERP와 SCM을 따지면서 이들이 우리 회사에 과연 돈을 벌어주는 것인지 알아본다는 말이다. 투자한 것에 비하여 이익이 충분하다면 고민할 이유가 없지 않은가? 금년에 투자해서 내년에 돈이 들어오고, 그리고 다음 해에도 돈이 들어온다면 무엇 때문에 망설이겠는가? 여기서 돈이 들어온다는 의미를 정리해 보기 위하여 9개의 예를 들어보았다.



1. POS도입으로 입출고 정확도가 개선되고, 재고현황을 즉시 알 수 있다.

2. ERP를 운영하여 일일 결산이 가능해지고, 제품별 원가 계산기간이 단축되었다.

3. 주문 처리 진행 현황을 알 수 있다.

4. 모든 사무처리가 종이를 쓰지 않고 컴퓨터로 진행된다.

5. 수송을 유능한 운송회사에 위탁하여 운송비를 줄였다.

6. 고객의 납기를 100% 지킬 수 있게 되었다.

7. 제조리드타임이 1/4로 줄었다.

8. 매출이 50% 증가하였다.

9. 효자품목이 어떤 것인지 모든 직원들이 알고 있다.




이 모든 것들이 다 돈이 되는 일들인가? 회사가 돈을 벌기 위해서는 이 모든 일들을 모두 달성해야 하는 것인가?





:: ERP는 무엇인가?



SCM이 무엇인지를 아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S) 서로 돈이 되는, (C)체인을, (M)
만들자’ 라고 표현해도 괜찮을 정도이다. 그리고 이미 많은 사람들이 SCM의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다. 그렇지만 이 체인을 ‘어떻게’ 만들어야 ‘서로 돈이’ 되는지, 그 구현 방법을 아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수많은 주장과 기법과 소프트웨어들 사이에서 그 판단의 중심을 잡기 위해서, 우리는 SCM을 논하기 전에 먼저 ERP를 제대로 이해해 둘 필요가 있다.

ERP는 과연 무엇이며, 우리에게 어떤 일을 가능하게 하는가? ERP는 우리 회사에 얼마나 돈을 벌어줄 수 있는가? 한마디로 지금의 MRP(Material Require-ment Planning)기반의 ERP에는 많은 한계가 있다. 이것은 우리가 ERP에 거는 기대가 너무 크다는 말이다. 결론적으로 ERP는 큰 돈을 버는 데 그리 큰 기여는 하지 못한다. ERP가 돈을 버는 데 기여하는 것은 자료를 통합하여 많은 사람들이 빠른 시간에 자료를 열람함으로써 얻을 수 있는 이득에 그친다. 이런 이득들은 앞서 예로 들었던 ‘돈이 되는’ 항목들 9개 중에서 (1-5)에 해당하고, (6-9)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 사실 (1-5)는 비용절감으로 돈이 되는 것들이며, (6-9)는 수익을 늘려 돈이 되는 것들이다. 비용절감으로 얻을 수 있는 이득은 가능한 총 이득의 1/3수준을 넘지 않는다. 나머지 2/3는 수익, 즉 매출을 확대해야 얻을 수 있다. 그런데 ERP의 기여는 주로 비용절감에 있으며, 수익확대에 대한 기여가 그리 크지 않다. 특히 중소기업은 대기업보다 비용절감 이득이 훨씬 적다.

그렇다면 필자는 무슨 근거로 ERP에 대해 이런 야박한 결론을 내리고 있는가? 제조회사를 예로 들면, 수익이 늘어나려면 고객에 대한 납기 준수와 제조리드타임 단축에 의한 재고감축이 필수적이다. 납기준수와 재고감축, 이것은 2마리의 토끼를 좇으려는 것과 같이 어려운 과업이다. 그런데 기존 ERP의 기반이 되는 MRP는 이 과업을 해결할 수 있는 이론이 되지 못한다. MRP는 현장의 상황을 제대로 감안하지 못한 계획을 세우므로 이 계획대로 실행되기는 극히 어렵다. 그러다보니 현장의 업무 진행을 통제할 능력도 없어진다. MRP는 고객에게 납기를 약속할 수 없고 현장의 재공재고 감축을 위한 대책이 매우 부족하다. 그래서 현장에서는 이를 보완하기 위하여 별도의 스케줄링 프로그램을 사용하고 있으며, 기존의 ERP 솔루션들은 추가 모듈을 제공하여 해결한다고 말한다.

그런데 이런 추가적인 보완장치들마저도 실용적인 면에서 많은 문제점들을 안고 있다. 가장 큰 문제점은 현장의 변화에 대응하는 방법이 어렵고 효과적이지도 못하다는 점이다. 몇몇 사람들이 컴퓨터 프로그램을 중심으로 운영하므로, 관련된 업무를 처리하는 다른 종업원들의 참여는 거의 없다. 그리고 납기준수와 재고감축을 위하여 ATP(Available to Pro-mise)나 CTP(Capable to Promise) 같은 프로그램 중심 기능들에 의존하려고 한다. 많은 중소기업들이 1~2년에 걸쳐 1~2억원을 투자한 상황에서 이런 보완장치들은 또 하나의 어음이 아닐 수 없다. 이처럼 MRP기반의 ERP 솔루션에 대한 비판은 이미 공론화되어 있다. 미국에서는 이미 새로운 로직(Logic)의 ERP 솔루션이 등장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도 머지않아 이런 제품들이 선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 중소기업의 SCM 대책



이제 SCM의 대책을 알아보자. 앞서 필자가 강조한 대로 ‘서로 돈이 되는 체인’을 만드는 데 자기회사의 납기준수와 재고감축 능력은 절대적인 필수조건이다. 내가 먼저 이런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서로’ 협력이 가능하고, 이를 바탕으로 ‘서로 돈 버는’ 일이 가능하다. 그런데 ERP는 우리가 앞서 설명한대로 이런 기능들을 감당할 수 없다. 만약 중소기업이 SCM구현을 위해 ERP에 어떤 기대를 걸고 있다면, 앞으로 큰 실망을 경험하게 될 것이다. 여기서 우리는 새로운 대안을 찾아야 하는데, 그것은 바로 ERP의 한계를 극복하는데 있다. 필자는 제조 중심의 중소기업을 기준으로 이 대책들을 다음과 같이 제시한다.



첫째, 먼저 우리회사가 고객에게 납기를 보장할 수 있는 업무 프로세스를 구축한다. 이것은 새로운 솔루션을 도입하자는 것이 아니라 업무처리 방식을 바꾸고 종업원들의 상호 협력으로 가능하다. 최근에 등장한 TOC(Theory of Const-raints)의 DBR(Drum-Buffer-Rope) 스케줄링 방법과 보충(Replenishment)시스템을 적용한다면, 신규투자 없이 몇 개월 이내에 거의 100% 수준의 납기 준수율을 달성할 수 있다.



둘째, 납기준수가 달성되면 업무 프로세스를 보다 정교하게 다듬어 재고를 감축시킨다. 이것도 새로운 투자가 필요하지 않다.



셋째, 납기준수와 재고감축이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도록 핵심 성과지표(Key Performance Index)를 재설계한다. 여기에는 기존의 성과지표와 많은 차이가 예상되므로 사전에 종업원들을 충분히 이해시켜야 한다.


넷째, 기존의 정보시스템을 정비한다. 사용되는 자료와 불필요한 자료를 구분하고, 성과지표에 맞추어 기능을 단순화시킨다. 불필요한 자료들을 대략 30% 정도 지울 수 있다.



다섯째, 이제 협력회사와 상호 업무처리 규정을 정비한다. 납기준수를 바탕으로 상호 자료 교환 방법을 구축한다. 이 부분도 정보시스템이나 SCM 솔루션을 앞세우기보다 업무 프로세스 개선을 앞세운다.





:: 돈을 버는 길



우리는 어떤 문제의 해법을 찾을 때, 신통한 도깨비 방망이를 찾는데 익숙해져 있다. 건강을 위해 자신의 규칙적인 생활보다 막연한 기대감 속에서 보약을 먼저 찾는 것처럼 말이다. 그렇지만 알고 보면 보약은 겉만 화려한 사치품인 경우가 많다. SCM은 이 시대의 기업들이 도전받고 있는 문제 중의 하나인데, SCM을 위한 소프트웨어나 자동 설비들은 이 문제를 일거에 해결해 주거나 장래의 수익을 보장해주는 도깨비 방망이가 아니다. 이들은 좋은 생활 습관을 가진 후에 약간의 영양 보충을 위해 필요한 영양보조식품에 불과 간혹 최신의 SCM기법이라고 일컬어지는 것들을 알고 보면 자료통합 기능 정도일 수 있다. 언뜻 보기엔 화려하지만, 내용은 엑셀이나 팩스로도 처리할 수 있는 일들이다. 이런 일은 수익창출이 아니라 비용절감을 위한 것이며, 큰 돈이 아니라 작은 돈을 버는 것에 불과하다. 이런 곳에 거액의 돈을 들일 필요가 있을까? 그보다는 업무처리 방식과 판단의 기준을 다듬어야 한다. 아직까지 산업사회의 업무처리 방식에 익숙해져 있어서, 자신의 업무에만 충실하고 인접 영역의 업무에는 무관심한 사고방식을 염려해야 한다. 이것은 자신의 텃밭만 돌보면 정직한 수확을 거둘 수 있다는 농경사회식 판단을 내리게 하여 일을 그르치고 만다. 이것을 탈피하는 것이 적은 비용으로 빠른 기간에 SCM목표를 달성하는 길이다.

중소기업의 경영자들은 폭 넓은 정보를 바탕으로, 소프트웨어나 Best Practice라는 이름의 기법에 현혹되지 말고, 문제의 핵심을 꿰뚫는 방향을 제시해야 한다. 그리고 종업원들이 이 방향에 맞추어 서로 지혜를 모으고 자발적으로 협력하도록 리드해야 한다. 경영자의 방향 설정은 다음 질문에서 출발한다. ‘SCM이 과연 어떻게 돈을 벌어 온단 말인가?’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사람들에게 필자는 TOC를 추천하고 싶다.



[출처] 중소기업정보화경영원 월간 웹진 기고문  전남대 산업공학과 / 정남기 교수